농어촌의 희망, 학교를 살려야 한다

2006.08.28 13:00:00

파도초등학교. 충청남도 태안반도 서쪽 끝단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에 위치한 학교로 전교생이라야 고작 30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는 지난 2월 초 6명이 졸업함으로써 충남교육청이 제시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마지노선인 30명에 6명이나 모자라게 되자 학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속에서 눈물겨운 입학식을 치러야 했다.

올해 초 교육부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농어촌 소규모 학교 676개교(초등학교 529, 중학교 123, 고등학교 24)를 2009년까지 통폐합 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하여 시도교육청 평가에 통폐합 실적을 반영하여 예산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몰아부쳤다. 이에따라 충남교육청에서는 통폐합 마지노선을 30명으로 정하고 2009년까지 연차적으로 97개교를 통폐합 한다는 추진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단순히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1980년대부터 농어촌은 이농으로 인하여 점차 황폐화되고 있다. 돈이 대도시로 집중하고 우수한 주거시설과 교통편의 그리고 교육환경까지 갖춰지면서 탈농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웬만한 농어촌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그쳤고 기력이 떨어진 노인들만이 근근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정책의 신뢰성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미 2004년에 작은 학교 육성 등 농어촌 교육살리기 방안을 담은 ‘농어촌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급격한 개방으로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는 농어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농어촌 학생에 대한 학비, 급식비 등을 지원하고, 농어촌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의 사기진작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의 근본 취지와는 어긋나게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함으로써 참여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과 양극화 해소 의지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이 나라 학부모들에게 학교는 곧 생존의 의미나 마찬가지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처럼 우리네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낯선 타향살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마당에 학교마저 사라진다면 더 이상 시골에 남아있을 명분이 없다. 그래서 학교 하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농어촌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붕괴되는 것이고,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도시인들에게는 절대로 농어촌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탈농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정 인원에 미달되면 무 자르듯 학교를 통폐합하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일본에서는 학생이 없으면 폐교하지 않고 휴교했다가 학생이 1명만 입학해도 학교를 다시 연다. 이웃 나라지만 농어촌 학교에 대한 정책 당국의 배려와 애정을 읽을 수 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파도초등학교는 아직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신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학교를 지키기 위한 졸업생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고 마을 어촌계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가 전입할 경우 ‘입어권(공동어업권자의 어장에서 공동어업을 할 수 있는 권리)’과 ‘입어 자금 면제(어촌계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비용)’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고 이에 따라 4가정에 6명의 학생들이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날로 비대해지는 도시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이농 현상으로 고사 상태에 빠진 농어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소규모 학교에 대한 통폐합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의 비중을 더욱 늘리고 소규모 학교에 대한 급식비 지원과, 방과후 학교 운영 강사 보전비 지원, 농어촌 근무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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