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학교

2006.09.26 17:48:00

최근 저출산 등에 의한 인구수 감소로 초등학생수는 392만 5천여 명으로 1962년 교육통계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학급당 학생수가 초 30.9명, 중 35.3명, 고 33.7명으로 크게 감소하여 교수-학습 여건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OECD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학교는 전교 학생수가 61명으로 70년대 같으면 한학급 학생수 밖에 안 된다. 학급평균 10명 안팎인 것이다. 면단위의 중심학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생수가 많은 것도 아니므로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본다면 폐교대상학교이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통학거리나 거주지를 조사해 보면 읍에 위치해 있으면서 읍에 위치한 다른 학교에 다니기에 약간 먼거리의 아이들과 주변의 2개면에 주소를 둔 아이들 몇몇이 다른 학교보다 우리학교가 좀 가깝다는 이유로 다니는 그런 학교다. 그러니까 서너개 학구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학교의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거나 물리적인 지역사회의 위치를 굳이 따져 봐도 없어진다고 해서 크게 아쉬울 것도 없는 학교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우리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구성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오는 것 같다.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들과 직원들도 그렇다. 아침마다 건네는 인사들이 활기차고 밝다. 멀리서부터 내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며칠 전에 2학년 아이 하나가 전학 왔다. 우리학교에는 누가 전학 오거나 가거나 하면 전교생이 들썩거린다. 그 아이의 신상명세부터 가정사정까지 전교직원과 전학생이 모두 다 알게 되고 만다. 그만큼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고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는 1학년때 우리학교에서 전학 간 아이다. 부모가 이혼하고 할머니 집에 맡겨져 있을때 1학년에 입학했었다고 한다. 그때도 아이가 내성적이고 침울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가 재혼하면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데려 갔다가 다시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전학 온 아이를 보니 아이가 심한 우울증을 겪는 것 같았고 학교에도 오지 않으려고 해서 매일 할머니가 학교에 데리고 와서 억지로 떼어 놓고 가야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묻는 말에도 전혀 대꾸 하지 않고 하루종일 구석에 혼자 앉아 있다가 돌아가곤 했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걱정을 하시면서 교육청에서 상담 선생님을 불러 상담을 시켜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애를 쓰셨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옆친구와 장난을 치는걸 보니 얼마나 다행인지 반갑고 고마웠다. 아마도 우리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누구나 사랑받고 관심 받는 배려와 친절함이 아이를 변화 시켰으리라 생각된다.

교육은 사랑과 관심과 배려 속에 이루어지는 거라 생각된다.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감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가는 지혜와 사랑을 가르쳐야 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된다. 생각을 넓히고 마음을 키우고 지혜를 배우는 곳. 우리는 지금 내적인 인성교육보다 외적인 능력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반성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학교 아이들과 우리 직원들은 행복하다. 실력보다 인격이 우선 존중되는 학교. 아이들은 거리낌없이 선생님들께 말을 걸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이야기 하거나 노는 걸 재미있어 한다. 교사 연수실에 항상 아이들이 가득하다. 무엇을 물어 보러 오는 아이, 담임선생님 찾으러 오는 아이, 이유없이 괜히 들어와서 노는 아이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예의 없거나 버릇없지도 않다. 그것은 소인수 학교에서나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학생과 교사간의 친밀한 연대감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밝고 꾸밈 없으며 활기차고 자신감에 넘쳐 있는 우리 아이들. 우리 학교가 언제까지 존재할지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폐교 되지 않고 행복한 작은 숲속의 왕국처럼 평화롭게 오래 존재 했으면 좋겠다.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런 학교로서.
김용숙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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