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을 게임의 늪에서 끌어 올리자

2006.10.12 08:51:00


오늘 경기도 교육청 제 2청사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에 관한 교감, 교사연수가 있었다. 3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연수는 그동안 받아왔던 교육과는 달리 매우 현실적으로 공감 가는 내용으로 접근하여 예방 방법과 그 교육적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오늘 참석한 모든 교사들에게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어떻게든 보호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특히 둘째 시간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전종천 기획실장님의 ‘접속 & 사이버 공간의 폭력 실태와 학교에서의 예방교육’ 강의는 교사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게임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럴 것이다’라는 선에서 알고 있던 교사들의 인식을 확 바꾸어 주었고 이젠 교사도 앉아서 안일하게 인터넷 예방교육을 할 때가 아니다 라는 다짐을 굳게 하였다.

현재 만 5세 인터넷 사용자가 무려 64.3%라고 하니 이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 온 인터넷문화에 대해서 온 국민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되었다. 사실 교육적인 면도 있지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은 게임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맞벌이 세대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자녀를 혼자 집에 두고 직장에 나가거나 외출하기 두려운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늘 강사님께서 하신 말씀 중 전화기가 거실에 있는 가정이 많은데 아이들이 부모님이 안 계신 사이 거실에 나와 있는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다가 걸려온 부모님의 전화를 바로 받다가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추궁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세 번 정도 울리면 받는 자녀들이 많다는 말씀을 듣고는 그와 같은 일을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터여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미 50% 이상의 청소년들이 수업 중에 핸드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로 보아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와 학교 수업이 거리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사이버 공간은 가정과 학교보다 더 많이 웃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며 이웃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정신세계는 일찌감치 사이버문화 속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이다.

리포터가 7년 전 읍지역의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한 신설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부모님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였고 조부모, 편부모를 둔 어린이들이 더러 있었다. 임대아파트가 들어서자 발 빠르게 인터넷 통신이 전 아파트에 들어왔고 우리 학급 어린이들의 95%가 가정에서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물론 인터넷 통신이 가능했다. 문제는 아침에 게임을 하느라고 지각을 하거나 아예 1교시 후에 오는 일, 혹은 점심시간에 집에 갔다가 오는 일도 있어 전 교사들이 게임에 대처하느라 온 힘을 기울였던 일이 있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하고 있는 게임이 폭력성이 매우 높은 게임이며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게임이라는데 있다. 또 닉네임 하나로 충분하니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는데 특별한 어려움도 없는 것이다.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늘 예방교육에서는 그 교육적 과제를 스스로 통제, 분별, 주도적 역량을 키우게 하고 인터넷,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학교가 학생들에게 주어야 한다고 제시 하였다.

연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우리 학급의 아이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이제 초등 3학년이지만 자녀들의 게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거나 부모님께서 퇴근 시까지 아예 컴퓨터를 켜지 못하도록 하는 것, 또한 형이나 오빠, 언니가 동생들을 컴퓨터에 앉지도 못하게 하고 자신들은 밤새도록 게임을 한다는 등이 일기장에 써 있는 것으로 보아 게임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담임을 하고 있는 00의 오빠(현재 본교 4학년)는 작년 모 게임회사에서 경품으로 내 놓은 유럽여행에 당첨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4박 5일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게임회사에서 하는 유럽여행 경품에 당첨되려면 거의 하루 종일 게임에 매달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하니 그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하여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는 부모님의 수고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젠 늪에 빠진 아이들을 구할 때이다. 청소년 단체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나서고 부모님들이 그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팔짱만 끼고 언젠가는 철들겠지 하다가 큰일 날 일이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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