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장의 탄식

2006.10.26 22:28:00

교장 3년차인 S중학교 G교장(59). 그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학생들의 모습이 '이건 아닌데?'인 것이다. 선생님들도 하소연 한다. 선생님의 지도가 학생들에게 도대체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이게 학교 붕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학교에 엉뚱한 인권 바람이 불어 학생들은 '두발자율화'를 '두발자유화'로 착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머리 모양을 제멋대로 한다. 학교 규정은 있으나 마나다. 학교 규정대로 머리 모양을 한 학생은 바보 취급을 당하며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날씨가 좀 쌀쌀해지자 학교에 새풍속도가 생겨났다. 3학년 여학생들이 담요를 뒤집어 쓰고 현관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하교하면서 담요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간다. 주민들이 그런 학생들을 보고 흉보는 소리를 들을 때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고 한다.

교복의 이름표는 대부분의 학생이 감추고 다닌다. 자기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당당히 행동해야 하는데 이름표를 주머니 속에 감추고 교문을 무단출입하여 군것질을 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교정을 함부로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 학생들이 버린 과자 봉지, 사탕 껍질, 껌종이, 사탕 비닐막대 등이 잔뜩 널려 있다. 학생들의 기본 생활 습관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들의 생활지도가 부실한 것이다. 아니다. 그 근본원인은 가정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학교 Y교감(50)은 오늘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현관 벤치에서 담요를 두르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실로 들어가라고 하니 학생들의 물음에 기가 찬다. 철부지 학생들의 개인주의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교육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추워서 그러는데 뭐가 잘못 되었나요?" (교실이 쌀쌀해 무릎을 감싸면 말도 안 한다. 왜 밖으로 나와서 그러는지... 눈치 빠른 학생은 재빨리 교실로 들어간다)

"집에 갈 때 담요를 머리에 쓰고 가는 것은 우리들 마음 아닌가요? 그것을 왜 선생님들이 간섭하죠?"(교복을 착용하고 이상한 복장을 하는 것이 학교 명예 실추인 것을 모르고 있다. 교문 밖에만 나가면 중학생이 아니라 멋대로 행동해도 되는, 학교와는 아무 상관없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들이다.)

"이 학생들을 어찌할 것인가?"
"누가 이들을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1차로 학부모, 2차로 학교 선생님들, 3차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제멋대로 자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이들은 어른들의 가르침을 쓸데없는 잔소리라고 생각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내 인생 내 맘대로 사는데 웬 귀찮은 간섭이냐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교육을 잘못 시켰다. 예절교육을 잘못 시킨 결과다. 인성교육의 부재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가정에서 자식 귀하다고 자식만을 위해, 자식의 비위를 맞춰가며 기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학교 선생님들의 지도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서 멈출 수는 없다.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왜 담요를 뒤집어 쓰고 하교해서는 안 되는 지를 차분히 설명해 준다. 학생신분과 학교 명예도 말해 준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학교장의 탄식을 듣고 오늘 황당한 경험을 한 Y교감은 갈수록 교육의 어려움을 느낀다. 하루하루 교육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이런 사실들을 알고 교육계를 몰아 붙이고 있는지? 그것을 묻고 싶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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