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사태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

2006.12.13 18:34:00

요즈음 며칠 잠잠하다 싶더니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이 닭에서 메추리로 슬슬 번지는 모양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조류 인플루엔자(가금 인플루엔자라고도 함)는 닭·오리 등의 가금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감염된 조류의 콧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대변 등에 접촉한 조류들이 다시 감염되는 형태로 전파되고, 특히 철새들에 의해 많이 전파된다고 나와 있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으로 구분되며,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는 우리나라에서 법정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닭은 특히 감수성이 커서 감염되면 80% 이상이 호흡곤란으로 폐사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무서운 AI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교육문제와 유사점이 있어서 몇 자 쓰고자 한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AI 사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발생하면 연례행사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루어진다. 언론과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고,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정부관계자와 학자들의 말과 함께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의 시식 행사가 이어지는 소동이 뒤따른다. 경중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하여 수능을 본 후나, 수능 성적표를 받은 후에 비관하여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몇몇 꽃다운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언론도 가십거리로만 다룰뿐 근본적인 문제를 파혜치지 않는다.

이러한 광란의 문제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AI문제의 원인을 어떤 학자들은 애먼 겨울철 철새들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필자와 같은 조류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 AI의 근원으로 추정하는 철새들은 저 먼 북녘에서부터 우리나라까지 어떻게 건강하게 날아왔을까? 더 근본적인 것은 공중에 수많은 세균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류 자체가 건강하다면 AI에 감염되어도 자체 저항력에 의하여 물리치고 살아남았지 않았는가. 어떤 동물애호가들과 환경론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을 공장식 양계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계 부문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서는 닭들이 생명체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는 하나의 상품으로만 키워지고 먹여지는 것이다.

조금 더 비관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가. 닭장이라고 표현될 수 없겠지만 입시위주에 찌든 교육 때문에 아이들은 닭처럼 사육되고 양육된다. 대학입학이라는, 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한, 더 높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궁극적 목적으로 밤낮없이 입시에 시달리고 있지 않는가. 옆에 있는 짝을 이기지 못하면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밤낮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이 한없이 불쌍해진다. 현실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더라도 정말 이것은 아니다. 배우는 아이나, 가르치는 교사나, 아이를 맡기는 부모입장에서도 이것은 아닌 것이다.

위에서 말한 공장식 양계장에서는 닭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를 먹이고 있고, 밤이 되면 먹이를 먹지 않고 잘까봐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다고 한다. 또한 드넓은 땅에서 뛰어노는 닭들이 아니고 좁은 사육장에 수많은 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서 운동도 하지 못하고 오직 살만 찌워진 채 팔려갈 날만 기다리는 신세다. 게다가 암수를 따로 분리해 놓은 다음 암놈에게서는 알을, 수놈에게서는 고기를 얻기 위해 독수공방을 시키니 욕구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 그 스트레스는 얼마나 클까?

우리나라 아이들도 그렇다. 옆집에 있는 아이보다 더 한발 나아가기 위해 사교육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고, 공교육이 끝나면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도 못한 채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지식이라는 영양분은 일정부분 머릿속에 있겠지만 자연과 벗하며 자연스럽게 자란 시골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멋인 지성이 제대로 살아 있을까?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공교육의 場인 학교에 오면 인생의 스승인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믿고 따를까? 앞에 말한 공장식 양계장에서 항생제와 스트레스 속에 자란 닭들 마냥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좋을까 는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체격은 예전보다 훨씬 커지고 건강하게 보이겠지만, 체력과 정신력만큼은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은 하나다. 이제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닭과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양계환경과 교육환경을 자연의 상태로 돌려줘야 한다. 닭을 최소한 밤에는 잘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땅을 밝으며 채소나 풀도 먹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좁은 닭장 우리가 아니라 넓은 들에서 자라고, 암수가 같이 살 수 있도록 배려하여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 이렇게 키운 닭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믿고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치르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끝난 후 정신없이 학원으로 내몰게 하는 사교육 병폐와 학부모들의 이기심, 저 넓은 들판에서 흙과 풀 한번 제대로 만져 보지 못하고 크게 할 수는 없다. 빽빽한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게 해서는 안 된다.

단지 어느 대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엘리트로 인정받고,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하여 사회적 잉여인간으로 치부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자연에 순응하며 올곧게 자란 아이들은 시골 토종닭처럼 건강하며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대우받을 것이며, 하늘의 이치를 거스른 채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키워진 닭들은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살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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