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만도 못한 남편?

2007.01.22 08:54:00

맞벌이 부부의 아침 출근 시간. 1분 1초가 아쉽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는 외면할 수 없어 식사 전에 조간신문 큰 제목은 대강 훑는다. 아내가 신문을 접어 내게 건네며 하는 말, "이 칼럼, 당신이 읽어야겠네"이다. "응, 뭔데?" 건성으로 답하고 출근을 서두른다.

퇴근하여 그 신문을 찾아 읽어보니 '은퇴자 수칙 제1호'다. 내용을 요약하면 "은퇴자를 위한 준비로서 건강 챙기기, 노후 자금 준비하기, 취미 다양화하기 등 많은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제일 으뜸가는 대비책은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칼럼 필자는 한 술 더 떠 남편의 정신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즉. "나는 마누라의 행복을 위하여 세상에 태어났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마누라의, 마누라를 위한, 마누라에 의한 가정"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누라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마누라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연구하는 자세로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가정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편이 힘 있을 때 아내에게 잘 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젊음 잃고 아내까지 잃어버리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다고 경고한다. 이사라도 가게 되는 경우, 남편은 이삿짐차의 운전석 옆자리에 강아지를 안고 미리 타고 있어야만 동행을 허가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10년전부터 와이셔츠 세탁과 다림질은 직접하고 있다. 설겆이와 집안 청소, 빨래널기는 가끔씩 하고 있다. 아내가 신문을 읽어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이 정도 가지고는 노후보장이 안 되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아내에게 불만족, 불합격 남편인 것이다.

"당신, 왜 나더러 이 글 읽으라고 한 거지?"
"아, 당신은 해당사항이 없겠네. 당신은 배가 고프면 직접 요리하여 먹잖아?"

아내는 점잖게 응대한다. 며칠 뒤 아내 기분이 좋을 때 같은 질문을 다시 하였다.

"당신, 나더러 그것 읽으라고 한 이유가 정말 무엇이지?"
"응, 거기 나온 것이 당신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해서…."

이 정도면 한 방 크게 먹은 것이다. 완전 케이오다. 집안일 앞장서 하고 아내가 시키는 것 제대로 하고 한 마디로 목에 힘주지 말라는 것이다. 젊어서 아내에게 큰소리치고 계속 군림하다가는 나중에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필자도 직무연수 교양시간에 들은 것을 바탕으로 한교닷컴에 '40·50대 남자들이여!'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40·50대가 현재 이후의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인데 결론은 1健 2妻 3財 4事 5友 6息 7去라는 것이다. 풀이하면 첫째 건강하고, 둘째 부부가 해로하고, 셋째 돈이 있어야 하고, 넷째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다섯째 속 터놓고 놀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하고, 여섯째 자식 때문에 속썩이지 않아야 하고, 일곱째 갈 때 잘 가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에서 충격적인 글을 읽었다. 그것은 어디까지 남편의 경우이지 아내의 경우는 그 순서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즉, ‘여자가 50이 넘으면 필요한 것’은 1財 2友 3健 4犬 5夫 순이라는 것이다. 아내에게 있어 남편은 개보다 후순위인 것이다. 50대 이후의 남편은 개만도 못한 존재라니?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 소리라지만 그냥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한 때 '있을 때 잘 해'라는 가요가 대중의 공감대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요지만 그 가사 내용이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고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현재의 능력과 힘 그리고 권세, 한 평생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혼자 오랫동안 가지고 갈 수 있는 것 아니다. 그게 바로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건강을 위해 주말이면 인근의 산을 찾고 있다. 오늘 아내와 같이 광교산 등반을 하였다. 형제봉을 거쳐 종루각에서 한시 첫 부분을 함께 읊어 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한적한 코스에 접어드니 우리 부부밖에 없다. 아내가 한 마디 건넨다.

"당신, 오랫만에 나 업어 주어야지."
"그럼, 그래야지. 한 10m 업어 줄까?"

어쩌랴! 노후에 아내로부터 천대받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노후대비, 정말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아내에게 이런 말도 해 주고 싶다.

"여보, 야구는 9회말부터이고 축구의 결승골은 후반에 터지는 거야. 당신은 알고 있겠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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