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 낙서 책상 안녕!"

2007.02.16 07:07:00


학생용 책상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곰보 책상, 낙서 책상, 구멍 뚫린 책상, 지저분하고 더러운 책상 상판을 떼어내고 새 상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속이 후련하다. 찜짐했던 기분마저 개운해진다.

오래된 학교에 부임해서 깜짝 놀란 것 중 하나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책상'이다. 낙서는 기본이고 패이고 뜷리고 울퉁불퉁. 이건 공부하라는 책상이 아니다. 공부하려는 마음마저 싹 달아나고 만다. 그런 책상에 앉아 공부하려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을 것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지 못하고 몇 년 악순환이 계속되니 '형편 없는 책상'이 되고 학교마저도 그런 학교가 되고 만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행정실장, 담임, 학년부장, 학생부장, 교감, 교장의 무신경이 만들어낸 결과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 주인정신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리포터가 중학교에 다닐 때, 담임과 교장 선생님은 새 책상을 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이제 책상은 여러분의 얼굴입니다. 깨끗하고 소중하게 다루세요. 알았습니까?"

그리고 청소 시간이면 매일매일 책상면을 확인하고 점검하셨다. 그리고 책상을 잘못 관리하고 있는 학생을 꾸짖고 원상복귀를 시키셨다. 학생들은 책상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하고 정성껏 다루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대략 십여 년부터 책상에 낙서가 번지기 시작하더니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선 듯 싶다.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학교, 학생 수준이 낮을수록 낙서가 요란을 떨고 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인 것도 있다. 교육 황폐화와 함께 책상 등 비품, 시설 등이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을 심각히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리포터는 교사 시절, 학교신문을 만들면서 '카메라 출동'식으로 이런 현장을 고발하고 학생들의 각성을 촉구하였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교장이 앞장서고 전교직원이 뜻을 모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러하질 못했다. 교감이 되어서 보니 그 현상이 그대로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공용 물품 애호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 사랑이 나라사랑임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이제 3월이면 새학년이 시작된다. 깨끗한 새책상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책상을 소중히 관리하는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올바른 습관도 중요하지만 교직원의 꾸준한 점검과 확인이 필요하다. 리포터의 중학생 시절, 교장과 담임처럼.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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