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능력 덩어리입니다

2007.03.28 10:04:00

이제 누구도 부인 못할 따뜻한 봄입니다. 여기 저기서 앞다투며 피는 꽃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얀 목련꽃만 눈에 들어왔었는데 어제는 우리학교 자주빛 목련꽃이 예쁘게 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관심이 적어 많이 서운해 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맘 때가 되면 울산여고가 생각납니다. 학교에 들어가는 양쪽에는 벚꽃이 핍니다. 위에는 빨리 피는 홑벚꽃이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늦게 피는 겹벚꽃이 있습니다. 아마 위에 있는 홑벚꽃이 활짝 피어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날마다 기쁨을 선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학교에는 꽃이 별로 없습니다. 담에 있는 개나리와 목련꽃이 고작입니다. 중앙현관 앞 옆에 있는 큰 화분에는 진달래꽃이 피어 있어 저의 중학교 시절을 연상케 합니다. 중학교 다닐 때 함안에서 마산까지 친구들과 함께 기차통학을 했는데 식목일에 식목행사를 일찍 마치고 집에 가려면 몇 시간 기차를 기다려야 하니 친구들과 함께 21km나 되는 거리를 걸어갑니다.

마산에서 중리쯤 가다가 산에 가득 핀 진달래꽃을 보며 산으로 갑니다. 배가 고파 진달래꽃을 먹기도 합니다. 그 때의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을 언제 다시 보려는지 그 때 그 친구들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우리학교에 꽃이 없으니 학교 뒤편 담 너머에 많은 꽃이 피어 있어 다행입니다. 목련꽃도 벚꽃도 하얗게 피었습니다. 선생님들께 출근하시면서 차를 주차하고서 잠시나마 꽃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가까운 경주에 벚꽃잔치가 벌어질 때쯤이면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가면 어떨까 하는 소망을 가지며 기대해 봅니다.

이 좋은 날 아침 저는 우리 선생님들은 능력 덩어리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들이 전문적인 지식만 가르치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 나름대로의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을 학교생활을 할 때 가르치는 일과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할 뿐 더 이상의 일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핑계를 댑니다. ‘나는 아무 일을 할 만한 능력이 없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일을 맡겨 놓으면 놀랄 만치 너무 잘 하십니다.

어떤 연구자료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500-700개의 다른 기술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놀랄만한 능력 덩어리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발견하지 못해서이고 발견했다손 하더라도 자신을 아끼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이 소멸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께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능력을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위해, 교육발전을 위해 발견하고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지도를 잘하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학생지도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학급관리를 잘하시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학급관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어떤 교실은 주변이 늘 깨끗하지만 어떤 교실은 주변이 늘 지저분합니다. 어떤 반 학생들은 늘 복장이 단정한데 어떤 학생들은 전혀 그러하지 않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인성지도를 위한 능력도, 학급관리를 하는 능력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도, 사무를 보는 능력도, 그 어떤 능력도 다 가지고 계십니다. 그 탁월한 능력들을 발견해서 잘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학교를 바로 세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급을 바로 세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은 바로 세워나갈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능력 덩어리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처럼 그것을 발견하고 계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능력을 발휘하여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잘 발견하고 캐내어 활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선생님은 능력 덩어리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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