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나무가 푸르게

2007.03.29 22:04:00

신학년에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10여명의 소인수 학급에서 30명이 넘는 5학년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교실공간은 소인수 학급이나 다인수 학급이나 똑같은 공간이 주어진다. 처음이라 그런지 아이들 책상이 교사의 턱밑에서부터 교실 뒤까지 가득한 것에 적응이 잘 안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루 종일 너무나 좁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부딪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하루종일 지루하게 딱딱한 의자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지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비좁으면 비좁은 대로 좀더 다양한 공간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교실 공간이 한정 되어 있으니 공간 구성을 다양하게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는 자리에서 한번씩 일어나도록 하고 2시간씩 블록 수업을 하면서 2교시 후에는 시간을 많이 주어 바깥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교실 환경판 구성도 유동적으로 하여 매일 바뀌는 날씨를 기록하게 하거나 아이들이 꾸며가는 학습판이나 학급소식란을 두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내다보니 학생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좁은 운동장에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이 나와 놀고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 점심시간에 축구하는 고학년 남학생 차지다. 또 그 축구팀도 여러 팀이 한꺼번에 실시하여 한 운동장에 두세팀의 축구팀이 엉켜있다. 저학년 학생이나 여학생들은 특별히 야외에 놀 공간이 없어 교실에서 소란스럽게 뛰거나 한다. 숲속의 놀이터같이 키 큰 나무 그늘에서 나무의 정기를 받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필자의 선입견인지 몰라도 몇 개의 학교를 옮겨 다니다 보니 학교마다 아이들의 문화가 고유한 전통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교내에 키 큰 나무들이 많고 늘 푸른 나무나 숲을 볼 수 있는 학교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어 있고, 아이들끼리의 다툼도 적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학교의 아이들은 왠지 산만하고 소란하며 아이들끼리 싸움도 훨씬 잦았다.

자연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정서가 풍부해지고 스스로 자연치유 효과로 마음이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도시 대부분의 학교가 과밀학급이며 교실 밖 야외 환경도 그다지 좋은 실정이 아니다. 학교에 숲이나 나무를 가꾸는 일은 당장에 눈이 보이는 효과도 없고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 하다. 그러나 교육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부분이 바로 학교에 나무를 많이 심어 사시사철 꽃이 피고 나무가 푸르고 무성한 자연친화적 환경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육은 십년지대계라 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교 숲이 푸르게 가꿔지기를 빌어본다.
김용숙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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