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무지개입니다

2007.04.03 08:57:00

오늘아침은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어제까지는 황사가 애를 먹이더니만 오늘은 추위가 그러합니다. 역시 4월은 장난이 아닙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잔인할 뿐만 아니라 애물단지입니다. 차라리 춥든지 아니면 따듯하든지 해야지 그러하지 못하고 변덕을 부리고 심술을 부립니다. 그것도 첫날부터 3일째 되는 오늘까지 계속 그러합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꺾이고 말 것입니다.

사람들의 말없는 수고에 기가 죽을 것입니다. 어제는 전국 곳곳에서 황사의 미세먼지를 제거한다고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각 거리마다, 비행장에서는 비행기까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차까지, 학교에서는 교실, 골마루까지 황사를 제거한다고 많을 애를 썼었는데 오늘은 싸늘한 아침, 서늘한 오후를 예고하면서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되고 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우리학교에서 남목으로 가는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길에는 많은 봄꽃들이 피어있었습니다. 벚꽃과 개나리꽃이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길 앞에는 벚꽃이 줄을 서 있고 약 5,6m 뒤에는 개나리꽃이 피어있는 것이 이색적이었습니다. 벚꽃만 피어있는 것보다 개나리꽃만 따로 피어있는 것보다 훨씬 보기가 좋았습니다.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벚꽃이 더 고상해 보였습니다. 더 깊은 맛이 있어 보였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하얀 벚꽃이 노란색을 머금고 있으니 어떤 색으로 연상이 됩니까? 벚꽃은 벚꽃대로 살고 개나리꽃은 개나리꽃대로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개나리꽃이 벚꽃을 더욱 빛나게 하는 후원자였습니다. 개나리꽃이 벚꽃을 더 윤택하게 하는 도우미였습니다. 개나리꽃이 벚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디딤돌이었습니다. 개나리꽃이 벚꽃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협력자였습니다. 그러하기에 벚꽃이 더욱 돋보였으며 보통 때 보지 못한 벚꽃의 참 멋을 보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개나리꽃도 앞에 앉혀 놓으며 빛이 납니다. 아름답습니다. 벚꽃 못지않습니다. 그렇지만 조역을 하며, 배경 역할을 하며, 도움을 하며, 조화 역할을 하니 더욱 개나리꽃이 믿음직해 보입니다. 개나리꽃의 미덕을 엿보게 됩니다. 개나리꽃의 아름다움을 보게 됩니다. 개나리꽃과 같이 앞서 폼 재기보다는 뒤에서 폼 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어제 부장회의 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부장 선생님들은 각자의 맡은 일이 있지만 자기의 일에만 국한하지 말고 힘들게 수고하시는 다른 부서의 일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환경부장 선생님께서 매일 같이 혼자서 열심히 뛰고 있는데 부장선생님 모두가 그러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장선생님들은 다 부담임을 맡고 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학생들과 함께 환경미화를 한다고 애를 쓰고 있는데 힘들어할 때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느냐 했습니다.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매일 같이 새벽같이 나와서 교문지도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데 함께 도우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인사지도를 인성부장선생님 혼자서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무지개가 7가지의 색깔을 나타내지만 사실은 수십 가지, 수백 가지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일곱 가지의 색깔로만 나타날 뿐 아니냐? 각 부장 선생님들이 각 부장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것도 각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의 도움과 협력 하에 제대로 된 아름다운 빛깔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무지개여야 합니다. 선생님은 무지개입니다. 무지개의 색깔은 하나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도 따로 놀지 않습니다.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 협력합니다. 다 조화를 이룹니다. 담임선생님이 더욱 빛이 나려면, 아름다운 색깔을 내려면 부담임선생님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다른 동료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능력 있는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경력 있는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장선생님이 빛이 나려면 그 부서에 소속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부서에 소속된 선생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다른 부서의 부장선생님도, 선생님도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그 부서가 더욱 빛이 나고 아름다운 색깔을 나름대로 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부장선생님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교감선생님이 빛이 나려면 전 부장선생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전 선생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전 행정직원이 도와야 합니다. 교장이 빛이 나려면 교감선생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행정실장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전 부장선생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전 선생님이 도우셔야 합니다. 전 행정직원이 도우셔야 합니다. 그래야 빨,주,노,초,파,남,보 중의 어느 색깔이든지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무지개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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