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처신

2007.07.24 08:46:00

“그만 좀 하시죠. 내 차례니 내가 발언하게 해 주세요. 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습니까.”

대통령이 주제하는 청와대 회의에서 기초단체장과 논쟁하던 한 광역단체장이 마이크를 놓지 않자 노무현 대통령이 역정을 내며 한 말이라고 신문에서 소개한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을 소개하면서 ‘권위주의가 청산되었다고 웃어야 할까, 아니면 집안이 콩가루가 되고 말았다고 울어야 할까.’를 묻고 있다. 대통령의 가벼운 처신이 만들어 낸 현실이다. 혹자는 권위주의가 사라졌다고 쌍수로 환영할지 모르지만 권위주의 청산에만 급급한 대통령의 가벼운 처신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적인 미덕인 장유유서의 정신도 같이 사라진 결과라 생각된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존경을 권위주의와 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음 탓이다.

권위주의나 독선은 청산되어야 하지만 마땅히 드려야 할 존경과 신뢰까지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무너진 것은 본인의 자업자득이겠지만 정작 큰일은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척결한다고 너무 가볍게 처신하여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신뢰마저 무너졌다는 것과 대통령이 이런 처신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바람에 온 나라 안의 조직이란 조직에는 능력위주란 미명하에 상급자나 어른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권위주의 타파로 포장되어 다 함께 무너졌거나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장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이런 생각과 처신은 국민들로 하여금 군사부일체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스승에 대한 존경과 신뢰로 보지 않고 권위주의로 해석하여 청산할 대상으로 치부되었고 국민의 정부시대 대통령과 장관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스승경시 풍조가 체계적으로 다듬어져 이제는 학부모는 물론 학생마저도 스승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선생은 단지 지식의 전달자 혹은 자신들의 돈으로 고용되어 있는 하찮은 직업인의 한 부류로 취급되면서 급기야 인간교육은 교육현장에서 실종의 위기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스승이 사라지면서 가장 어려움과 손해에 봉착하게 된 사람은 누구인가? 두말 할 것도 없이 스승이 없는 학생들이다. 신뢰와 존경이 사라진 선생에게서 무슨 삶의 지혜와 인간의 도리를 배울 수 있겠는가? 조금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득이 된지는 모르지만 긴 인생을 생각한다면, 또 이 나라의 무궁한 장래를 생각한다면 학생에게 스승을 돌려주는 것이 교육을 제자리에 돌아오게 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스승 실종의 빌미를 제공한 교사들의 각고의 반성과 자기연찬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책임 있는 지도자들의 사고전환과 그 실천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어져 스승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회복되는 날 우리 교육도 다시금 국가 민족 발전의 바탕이 되는 자리에 돌아오리라고 확신한다.
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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