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물& 교사의 눈물

2008.02.23 12:01:00


교사라면 누구나 묘한 감정의 2월을 경험한다. 그 이유는 긴긴 겨울방학이 끝나는 개학이 있고 1년간 가르쳤던 학급의 어린이들과 헤어지는 종업식이 있으며 전근을 가기도 하고 전입해 오는 교사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을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종업식 때의 일이다. 발령이 종업식 하루 전에 났고 아침에 종업식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른 학교에 간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무실로 아이들이 몰려왔다. 선생님의 전근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여든 아이들이 갑자기 엉엉 우는 것이 아닌가. 순간 눈물이 왈칵하였다. 몰려든 아이들은 다름 아닌 리코더부 어린이들이었다.

3년 전, 전교생 100명의 소규모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항상 마음속에 그려왔던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당시의 기쁨은 매우 컸다. 교장선생님께서, “우리학교 아이들은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도 거의 없기 때문에 오후에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특기지도나 학습지도를 해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듣고 리코더 부를 조직하였고 4~6학년에서 지원한 7명과 우리 학급 3학년 16명 전원을 리코더부로 등록하였다.

리코더를 잡는 것부터 시작하여 소리를 내는 것 하나 하나를 지도하여 그 해 5월 학예회에는 ‘위풍당당’과 ‘부릉부릉 마치’를 연주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혼자 연주 할 때는 별 소리가 아니었는데 합주를 할 때 높은 음 낮은 음이 어울려 멋진 앙상블이 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더욱 연습에 몰입하였다. 아이들에게 우선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곡을 소프라노 리코더와 알토 리코더로 익히게 하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한 명 한 명 개인지도를 하였고 2학기 때에는 전적으로 합주지도를 할 수 있었다.

리코더 부를 조직한 해의 겨울방학 때 1주일간 4시간씩 연습을 하였는데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다. 연습 마지막 날 학부모님들을 초청하여 연주회를 가졌는데 단 세 분만 참석하셨다. 그래도 그 때의 감격을 글로 적어 한국교육신문에 내었는데 신문을 보고 리코더 합주단 지도 방법에 대하여 문의가 들어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참석하지 못하신 학부모님께 신문의 기사를 복사해서 나누어 드리면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교사의 마음을 은근히 전하기도 하였다. 또 아이들에게 다른 학교들의 리코더 부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예능발표대회에 참가하였다. 그다지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하였지만 우리학교가 가지고 있는 악기보다 네 배 정도 가격이 비싼 훌륭한 악기의 소리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 후로 값이 저렴한 악기의 벽을 넘지는 못하였어도 더욱 연습을 열심히 하였고 앙상블의 소리도 점점 나아졌다.

가을에는 서울 강북지구 유치원 연합 불우이웃돕기 콘서트에 찬조출연 하였고 교수님들께서 출연하시는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찬조출연을 하기도 하였다. 매년 실시되는 학예회 때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 리코더 합주부였다. 6학급 학교의 만만찮은 업무에 아이들을 지도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베이스를 맡아 듬직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졸업생들이 나가고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점점 늘면서 리코더 합주부는 특별활동시간에 연습하는 것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작년에 부임한 한 교사가 리코더를 배우고 싶어 하여 틈틈이 지도를 하였다. 며칠 전 그 교사에게 학교를 옮기게 되었으니 리코더 합주부를 지도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하였는데 쾌히 승락하여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퇴근하여 집에 와서 메일을 확인하다보니 3년간 열심히 리코더부 활동을 하였던 진주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6학년 때도 리코더를 가르쳐 주실 줄 알고
1학년에 들어 올 동생이 자꾸만 리코더를 불고 다녀서
만지지 못하게 높은 곳에 잘 올려 놓았는데
이제는 리코더를 못하게 되는 건가요? 아니죠? 또 할 수 있죠?
리코더부 아이들이 연습하기 싫어서 투정부리고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어요?
선생님의 은혜를 6학년이 올라갈 때에야 알 것 같아요.
그동안 저를 잘 가르쳐주시고 보살펴주셔서 감사해요.
또 제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고 리코더 연습을 열심히 안했죠?
그 때 왜 그랬을까? 후회도 되요....
'리코더' 세 자만 들어도 선생님이 생각날텐데
그때는 어떡하죠?
제가 참아야만 할까요?
선생님이 주신 리코더 악보들과 3학년이 끝날 때 기념으로 만든 책은
절대로 버리지 않고 간직할게요.
리코더를 하나도 하지 못하던 저에게 이 만큼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에는 리코더를 정말 못 할 것만 같았는데
하니까 점점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선생님과 리코더를 못하다니 아쉽기만 해요.
전근 가셔서도 좋은 친구들과 리코더하며 늘 행복하게 지내세요.
매일 건강하시고 절대로 아프지 마시구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