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가 맞아야 인정?

2008.03.16 10:12:00

지난 토요일 어느 초등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선생님은 40대 갓 넘은 남선생님이다. 내가 잘 아는 선생님이신데 평소에 하시는 말씀과 하는 모습들을 보면 얼마나 성실하고 열성이 대단한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그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자기가 맡은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 부서에 속한 선생님들의 일까지도 자진해서 도와주는 선생님이시다. 
   
그 선생님의 말씀 중에 특히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는 것은 교장선생님의 인정과 칭찬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자기의 맡은 일에 성실히 일을 잘 감당하는 분에게 능력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면 신이 나서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은가? 반대로 코드가 맞지 않다고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고 칭찬해 주지 않으면 그만 의욕이 꺾이고 일이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 아닌가?

이 선생님은 평소에 술을 먹지 못해 술을 좋아하시는 교장선생님을 만나면 힘들다고 한다. 특히 이런 교장선생님은 늦게까지 술을 마셔주며 함께 어울려주는 선생님이 자기가 보기에는 별로인데도 인정해주고 하는 일에 칭찬해주는 반면 말없이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을 때 아주 힘들어진다고 하셨다. 그야말로 자기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잘해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가장 힘들고 서운하다고 한다.

교장선생님께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교장선생님은 인정과 칭찬에 인색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편에 속한다. 매일 새벽 같이 일찍 출근하여 교문에서 학생들의 두발지도, 복장지도, 인사지도를 하는 학생부장 선생님이 계셨다. 하루는 이 선생님께서 교장실에 와서 전임 교장선생님은 자기가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을 보고 ‘믿을 사람은 너밖에 없다. 잘 부탁한다.’ 하면서 인정해 주고 칭찬을 해주어 더욱 신나게 근무를 했었는데 나는 반대로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는 것을 보았다.

나같은 경우는 그 선생님에 대해서 속으로 아주 지도를 잘 하시는 선생님으로 인정을 하면서도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바람을 읽지 못한 것이었다. 그토록 칭찬에 목말라하는 줄을 몰랐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게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다음에 다른 학교에 가면 부장선생님과 함께 근무하고 싶으니 그 학교에 오라’는 속에 있는 말을 일찍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선생님들은 인정해주기를 원하고 칭찬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이는 과한 칭찬이 오히려 몸을 멍들게 하고 속을 멍들게 한다고 하지만 적당한 칭찬과 인정은 선생님에게 큰 힘이 됨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을 때 선생님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교장선생님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되겠고 인정을 아껴서도 안 될 것 같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근무할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자, 인정자, 배려자, 칭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코드가 맞지 않으니 함께 근무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둥, 열심히 하기 싫다는 둥의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기와 취미 또는 생활양식이 다르다고 해서 선생님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인정을 해주지 않거나 칭찬을 아끼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코드가 맞지 않는 관리자, 코드가 맞지 않는 교장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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