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는 '책'

2008.03.28 19:03:00

아침 8시, 봄 기운이 완연한 교정을 지나 교실에 들어서면 조용한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는 봄꽃들이 인사를 합니다. 밤 사이 꽃대를 쑥쑥 올리며 아쉬운 3월을 붙잡기라도 할듯 내 발길을 당기는 작은 꽃들에게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선사합니다. 잠시후면 학교 버스에서 내려 교실로 들어선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아침 독서를 시작합니다. 이제 20여 일을 함께 살아온 2학년 어린 아이들이지만 담임 선생님의 취향을 눈치챘는지 아침이면 독서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나도 그런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는 봄날 아침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서 서둘러 출근을 합니다.

<우리 반 아침 풍경>

아침마다 달려가는 내 교실
거기엔 음악과 다섯 아이들 숨소리
그리고 사랑스런 봄 아가씨가
운동장 가득 봄 냄새를 안고 서 있지요.

큰 바위 얼굴로 서 있는 월출산
아지랑이 아롱대는 봄날 아침,
아이들과 함께 시집을 읽는 기쁨을,
몰입하는 즐거움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는 바람난 봄 가시내가 됩니다.

오늘이 참 소중해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활짝 핀 목련화와 샛노란 수선화, 작은 왕관을 쓴 것처럼
여린 꽃망울을 달고 서 있는 산수유 한 그루를 들여다보고
아이들과 함께 꽃들에게 편지를 썼지요.

아침 독서 시간 40분의 행복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차 한 잔의 여유도 아이들의 작은 재잘거림까지도 오늘 보내야 할 공문까지도 쳐다보면 안 되는 용기. 내가 움직이면 아이들도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니 언제나 시작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펀지라서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배웁니다.

이스라엘 아이들처럼 하루에 꼭 읽어야 할 3권의 책을 정하여 그날 중으로 다 읽고 간단한 소감록을 확인해주는 일, 하루도 빠뜨지리지 않고 읽기 책의 본문 중에서 틀리기 쉬운 문장을 받아쓰게 하는 일, 읽기 책은 날마다 소리 내어 바르게 읽기를 시키다보니 아이들도 자동이 되어서 아주 잘 합니다. 아직 2학년 단계에서는 음독의 효과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라도 읽기 책을 소리 내어 실감나게 읽게 하는 일을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인디언 달력에는 3월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한답니다. 참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3월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하는 달이니까요.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첫 단추를 아침 독서로 시작하다보니 아이들도 나도 차분하고 감성적인 상태가 되어서 하루를 매끄럽게 시작하게 됩니다. 3월이 아직 남아 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벌써 50권을 넘게 읽은 아이들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1년에 60권이 아니라 하루에 3권씩 1년간 읽으면 천 권을 넘길 수 있습니다. 더불어서 2학년 아이들 답지않게 차분하여 학습의 효율성도 뛰어납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씨앗은 인류의 문화유산이 담긴 '좋은 책'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 아름다운 농촌 풍경 속에서 교실 가득 좋은 책으로 둘러싸인 봄날 아침의 독서 풍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급 도서를 구입하기 위해 서점에 나가서 2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책들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학교로 배달되는 참고 도서 목록만 보고 책을 구입하면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간 교실에서 부지런히 업무처리를 해둬야 내일 아침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답니다. 이전 학교보다 업무량은 두 배로 늘고 챙겨야 할 공문 폴더도 나날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내 본업인 교실수업을 위해, 아이들을 책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할 아침 독서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즐겁게 업무에 몰입하렵니다. 4월을 위해 그토록 분주히 달려온 3월 아가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 어느 해보다 아름다운 3월의 노래로 오늘의 숙제를 마치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교실에서는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책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으면서.

<3월 >
-에밀리 디킨슨-

3월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어요?
아, 3월님 저랑 바로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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