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개가 성적 위조 잡았다

2008.09.04 22:13:00

요즘 학생들이 저지르는 황당한 사건, 상상을 초월한다. 성적 통지표를 변조하는 것이 아니라 통채로 위조한다. 워드 작업을 하여 마치 학교에서 보낸 것처럼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다. 담임 도장은 지우개로 비슷하게 새겨 찍는다는 것이다.

어디서 배웠을까? 그들의 말로는 학원에서 배웠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학원 친구들끼리는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이다. 중학생 쯤이면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학교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부모님께 야단맞으니 통지표 자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부모님께 거짓말은 밥먹듯이 한다. 그들 나름대로는 치밀한 작전도 세운다. 성적을 궁금해 하는 부모님께 처음엔 "학교에서 통지표를 아직 나누어 주지 않았다"고 버티고. 방학이 되면 "성적이 잘못되어 학교에서 고쳐 주기로 했다"고 시간을 끌고. 그 다음은 "뒷번호 친구의 협박에 의해 번호를 바꾸어 썼다"고 둘러대고.

자초지종은 이렇다. 방학 중 1학년 학부모 전화가 왔다. "왜 성적을 정정해 주지 않는냐?"는 항의 전화다. 담당부장은 어안이 벙벙하다. "성적 이의 신청이 한 건도 없었는데 정정이라니…."  학부모가 인터넷 학부모서비스에 접속하여 자녀의 성적을 알아보니 학생이 가져온 성적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던 것.
 
학부모님의 내교를 요청하여 답안지도 보여드리고 이상유무를 확인하니 자녀의 거짓말과  통지표 위조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학부모에 대한 학생 정보 공개가 성적 위조를 잡아낸 것이다. 이젠 부모가 자식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완벽하진 않지만 통지표를 학생편에 보내지 말고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고 담임과 교감의 결재란도 만들거나 통지표를 쉽게 위조하지 못하게 문양 등을 넣는 방법도 있다.

담당부장은 말한다. "교장 선생님, 성적표에 음영으로 학교 마크를 넣어야겠습니다." 어른들 말씀에 이런 말이 있다. "한 명 도둑을 열 명의 경찰이 막지 못한다." 학생들이 위조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까짓 성적은 마음대로 조작한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많다. 정직이라는 덕목, 과연 어느 것이 올바른 효도인가를 지도하고. 유비무환의 정신, 시험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함께 시험점수는 정확히 나온다는 것, 노력한만큼의 정직한 댓가는 부끄럽지 않다는 것 등.

학생들에 의하면 성적표를 위조하여 부모님 속이는 흔히 있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는 학생들의 이런 실태를 바로 알아야겠다. 슬픈 일이지만 선생님이 학생을 믿으면 뒤통수 치는 세상이 되었다. 학부모는 학부모서비스에 가입하여 자녀에 관한 학교생활 정보를 오프라인 정보와 비교해 보아야 살벌한 세상이 된 것이다.

정보 공개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 시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정보를 바르게 이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보화 능력이다. 학교의 선생님들, 짐이 하나 늘었다. 학생보다 정보가 빠르고 항상 한 수 앞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을 지도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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