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참는 것이다

2008.09.06 10:12:00

세월은 참 빠르다. 9월의 첫 주가 마무리되는 날이다. 물이 흘러가면 되돌아오지 않듯이 흘러가는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후회함이 없이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을 붙들어 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좋은 시간들만이라도, 즐거운 시간들만이라도, 행복한 시간들만이라도.

지루한 여름 더위는 이제 끝나는 것 같다. 아침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새벽으로 이불이 없으면 잠을 못잘 정도다. 살기 좋은 가을이다. 이 좋은 계절에 날마다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요즘같이 살기 힘든 때가 잘 없다. 요즘처럼 불편한 때가 없다.

요즘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없다. 물가도 오르고, 유가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고 오르지 말아야 할 것은 다 오른다. 그런데 올라야 할 것은 오르지 않는다. 봉급이 올라야 하고 자녀들의 성적이 올라야 하는데 이것은 정반대다. 그러니 이마의 주름은 더욱 깊어진다.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진다. 생활의 불편은 더욱 피부에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오직 참는 일밖에 없다.

갑자기 떠오르는 말이 있다. "百忍堂中有泰和(백인당중유태화 : 백 번 참으면 집안에 평화가 있다.)라는 말이다. 참고 또 참고, 어려운 것 참고, 힘든 것 참고, 짜증나는 것 참고, 뜻대로 안 되어도 참고, 이루지 못해도 참고, 모든 것 참고,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백 번 참고, 모든 것 참는 것이 백 번 참는 것이리라. 모든 것 참아야 가정에 평화가 오는 법. 모든 것 참아야 학교에 평화가 오는 법. 모든 것 참아야 나라에 평화가 오는 법. 그러니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현재의 어려운 형편에서 참아야 하리라.

특히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는 참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생들은 수시로 우리를 짜증스럽게 만든다. 학생들은 시시때때로 힘들게 만든다. 학생들은 언제나 말썽을 부린다. 하루도 바람 잘 일이 없다. 이 학생, 저 학생 돌려가면서 그렇게 한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감동을 받는다. 참고 또 참으면 스스로 변화가 된다. 모든 것 참으면 스스로 느끼게 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도 참게 되면 학생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선생님이 참으면 학생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선생님이 참으면 학생은 학생다운학생으로 바꾸어진다. 참아야 학생을 변화시킬 있다. 참아야 학급을 안정된 학급을 만들 수 있다. 참아야 평화롭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 참아야 꿈과 보람과 감동을 주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엊그제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났다. 이 선생님은 1학기 때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아무도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자진해서 그 학생이 속한 학급을 맡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많은 학생들을 괴롭혀왔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변화되었다고 했다.

상세한 내용은 듣지 않았지만 속이 쓰려도 참고 힘이 들어도 참고 괴롭혀도 참고 열이 나도 참으면서 문제 학생을 잘 다독거리고 지도하며 부모님과 함께 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새롭게 변화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 선생님의 참을성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참아야 한다. 평생을 참아야 한다. 교직이 끝날 때까지 참아야 한다. 참는 만큼 좋은 열매가 있을 것이다. 참는 만큼 황금빛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는 만큼 기쁨과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는 것이 교육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참는 것이 내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참는 것이 교직생활의 신조가 되어야 한다. 참는 것 이것이 교육 성패의 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교육은 참는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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