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으로 다니는 학생이 있어요"

2008.11.06 08:28:00


"우리 학교에 개구멍으로 다니는 학생이 있어요."

모 선생님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학교 울타리에 구멍이? 하루에 한 번씩 교정을 순회하는 교장의 눈에 발견이 되지 않았구나! 실제 그 장소에 가 보았다. 개구멍이 아니라 울타리 밑에 있는 배수로다. "아니, 이 곳으로 통행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 무단 외출을 할 경우, 교문으로 나가지 않고 이곳을 이용하는구나!' 교장은 평소 선생님들께 강조한다. "우리 학생들이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도록 교육을 시킵시다. 외출이나 조퇴를 할 경우, 떳떳하게 외출증이나 조퇴증을 끊어주어 나가도록 합시다. 이게 올바른 교육입니다."

그 영향이었을까? 무단 외출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학생은 증명서 쪽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교문을 출입한다. 교육의 효과다. 그런데 이런  개구멍이 생기다니?  아마도 증명서를 당당히 끊을 수 없는 학생이 선생님 몰래 나갔던 모양이다.

개구멍은 대문이나 울타리에 개가 다니는 구멍이다. 사람이 다녀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는 이 곳을 이용한다. 그래도 부끄러움을 조금은 아는 사람의 행동이다. 그러나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니다.

얼마 전 아침 시각 출장길, 우리 학교 여학생이 교문 밖에 주차된 자가용 뒤에  숨어 있다. 시각을 보니 08:50. 20분이나 지각한 학생이 지각 단속을 하는 선생님이 교무실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양심은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무단 외출을 하거나 지각임에도 불구하고 태연히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다. 교감 선생님은 "지각을 심하게 단속하면 울타리를 넘어오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도 있다"고 경험 사례를 말한다. 이래서 교육은 어려운 것이다. 원리원칙대로 강하게 하다간 이런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개구멍은 배수에 지장 없도록 즉시 막았다. 사람이 다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각생은 무엇보다 담임의 지도가 우선이다. 담임이 무관심하거나 방치하면 지각생은 줄지 않는다. 요즘 며칠간 교감과 교장이 아침시간 합동 순회를 한다. 08:30. 첫날엔 현관을 향해 달려들어오는 학생이 수십명이다. 오늘은 인원수가 확 줄어들었다. 단골 지각생을 없애야 하는 것이 선생님의 과제다.

교장이나 교감, 학교 운영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조건 강하게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때론 기다리는 인내도 필요하다. 선생님들이 교장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움직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개중엔 마이동풍인 선생님도 있지만 그 선생님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학생 생활지도도 마찬가지다. 채찍도 필요하지만 당근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학생들보다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한 수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머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구멍과 지각생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아는 교육'을 생각해 보았다. 요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데서 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사가 사표(師表)가 됨은 물론 정정당당함이 무엇인지 바르게 가르치고 이것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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