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향상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다

2008.11.08 09:55:00

오늘은 모든 교육가족이 쉴 수 있는 놀토라 참 좋은 것 같다. 학교생활에 너무 많이 시달려 힘들고 피곤할 텐데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밖에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가을잎이 스산한 바람에 나뒹굴고 있다. 이럴 때 마음이 가라앉기 쉬운데 독서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집 가까이 일궈놓은 텃밭에 무를 심어놓았는데 애들이 지나가다 앉아 논 흔적이 있더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말을 들었다. 요즘 애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심각하다고 하면서 이웃 아는 분의 자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어머님 왈 “우리 애들이지만 요즘 말을 너무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이러니 앞으로 2세가 걱정스럽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애들이 집에서까지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는 세대가 된 것 같다. 이런 애들이 학교에 오면 선생님 말씀은 제대로 들을까? 그럴 리가 없다. 집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애들이 학교에 가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집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애들은 학교에 와도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주는 체 할지는 몰라도 돌아서면 듣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에 귀담아 듣지 않으니 인성교육은 더욱 멀기만 하다. 애들이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사람 만들어 보기 위해 지도하면 그만 과잉지도니 체벌이니 하면서 선생님을 힘들게 하니 인성지도가 더욱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가정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 자녀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내버려두면 학교에서도 말 안 듣기는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을 새로이 가져야 한다. 말 안 듣는 것이 공부 한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부모님 말씀에 순종 안 하면 순종하도록 거듭, 반복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 일에 목숨 걸어야 한다.

인성교육에 힘을 기울이면 그 다음 학력향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른 인성의 토대 위에 공부를 해야 장차 올바른 사회의 역군이 될 수 있다. 나라의 정의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바른 사람으로 자라나지 않은 가운데 실력만 쌓아나가면 정상적인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기대하는 인물이 될 수 없다. 세계적인 인물이 될 수 없다.

가장 기본 되는 인성교육을 가정에서부터 다시 철저하게 시켜나가야 한다. 여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여기에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한다. 부모님 말씀 순종 잘 하는 것, 정직하게 행하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 남을 속이지 않는 것 등의 인성교육에 무엇보다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 와서도 보다 깊이 있는 인성교육을 받아도 거부감 없이 순수하게 잘 따라올 것이다.

자녀들이 공부 못 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말 안 듣는 것 걱정해야 한다. 자녀의 성적 올라가지 않는 것 걱정하기에 앞서 바른생활이 되지 않는 것 걱정해야 한다. 자녀의 공부 잘하는 것 자랑하지 말고 애의 심성이 좋은 것 자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 어머님이 걱정하는 2세의 장래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자녀의 인성교육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학교에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학력향상에 앞서 인성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마음에 상처를 주고 괴롭게 하더라도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외면하지 말고 더 가까이 그들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학력향상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다. 인성교육의 바탕 위에 학력향상을 위해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는 커지고 다리는 약한 사람과 같이 건강한 학생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다리도 튼튼, 몸도 튼튼, 머리도 건강하게 되도록 해야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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