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회적 지능'을 강화하자

2008.12.02 09:37:00

-선생님이 화내면 아이들도 화낸다-

뇌 신경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와 부하 간의 역학 관계는 두 개의 뇌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융합할 수 있다고 한다. 훌륭한 리더는 이 같은 뇌의 상호 작용 시스템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사회 지능과 관련한 가장 획기적인 연구는 아마도 '거울 뉴런 (mirror neurons)의 발견이다. 이 뉴런(신경 세포)는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기능을 하며,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울 뉴런은 특히 조직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직원들은 리더의 감장과 행동을 따라 하게 마련이다. 사람의 거울 신경 중에는 다른 사람의 미소와 웃음만 감지하는 것이 있다. 자제력이 높고 유머 감각이 없는 보스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뇌에서는 그런 신경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잘 웃고, 분위기를 좋게 조성하는 보스는 직원들의 그런 신경이 작동하게 만들어 팀원들이 자신도 모르데 웃게 하고 팀을 하나로 결집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가장 성과가 좋은 리더들은 성과가 중간 정도의 리더들보다 부하들을 평균 3배 정도 더 자주 웃게 만들었다고 한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고 빨리, 창조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웃음은 매우 중요한 업무의 하나인 셈이다.

-메시지의 내용보다 전달 방법이 더 중요하다-

'거울 뉴런'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리더가 요령 없이 비판을 하거나 화를 내면 직원들의 호르몬 분비가 갑작스레 커지고,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창피를 주거나 싫은 감정을 나타낼 겨우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심장 박동이 1분당 30~40번 빨라지고 창조력은 죽는다는 것.

더구나 이 때 '거울 뉴런'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긴장감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그룹 전체로 퍼지고 그들의 행동을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리더 스스로도 이 같은 스트레스의 전염을 피할 수 없다. 리더들이 생물학적 관점에서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는 아기는 따라서 이유도 모른 채 따라서 운다. 거울 뉴런은 학교 현장에도 매우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 없다. 학교장이 담임 선생님에게 화를 내면 선생님은 대부분 그 반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쉽다. 부모가 책을 열심히 읽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책을 잘 보고 사고력이 깊다. 아이들은 본 대로 들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들이 과학적으로 말하면 거울 뉴런인 셈이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행동이 거칠고 말을 듣지 않으며 지도하기가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선생님들이나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알게 모르게 미디어나 사회로부터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들을 받아들이며 그들 뇌 속에 이미 거울 뉴런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갈수록 더 황폐해지는 것은 아닐까?

연일 방송되는 부정적인 소식과 부패한 정치 집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소식들은 바로 '거울 뉴런'을 부정적으로 조직하는  주범이다. 예전 아이들은 더 순수하고 순박했다고들 말한다. 그것은 바로 폐쇄된 사회 속에서 자라므로 부정적인 소식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동네에서나 일어나는 지엽적인 소식이 전부였던 시절, 학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선생님의 권위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회 현상이 노출되어 있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어른들의 세계는 긍정적인 소식보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소식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도 좋은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을 더 민감하게 알린다. 정보화 사회는 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역기능까지 함께 잠재의식을 지배하게 된 현실.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식들이 반복적으로 뇌 속에 주입되면 간접 경험의 효과를 유발시켜 자신도 모르게 학습이 되어 버린다. 가치 있고 바람직한 행동이나 습관은 배우기 어렵지만 그 반대인 행동은 배우지 않아도 쉽게 전이된다. 부모와 선생님에게 함부로 하는 소식들이 연일 보도되는 현실에서 집단 무의식의 형태로 잠재적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사회 전체가 커다란 '거울 뉴런'인셈이다.

-선생님과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

아이들은 그 부모를 닮고 그 담임을 닮을 수밖에 없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어른이 동일시의 대상이 된다. 부정적인 것, 긍정적인 것, 등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배운다. 목소리가 큰 선생님 반의 아이들은 역시 목소리가 크다. 담임이 음식을 버리는 반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담임이 아침독서를 하지 않는 학급이 아침독서를 열심히 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그래서 선생님은 어렵다.

부모 노릇도 힘들다. 며칠 전 어쩌다 만난 우리 반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집에서는 통 책을 안 본다고 하소연 했다.
"어머니는 책을 사 보십니까?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으십니까? 아이가 곁에 있어도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시지는 않으세요?
대답을 못하시는 어머니께 간곡히, 아주 여러 번 부탁을 드렸다. 특히 겨울방학 동안이 중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독서를 시키고 싶으시다면 비결은 하나뿐입니다. 책방을 같이 가서 책을 살 수 없다면, 도서관이라도 같이 가서 책을 빌려 보시거나 아이가 보는 앞에서 책을 펴십시오. 어쩌다 한번 하시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아침마다 40분 이상 아침독서를 해도 집에 가면 무너지는 아이들은 곧 부모의 모습을 닮은 것이다. 2학년 짜리 자식을 앞에 두고 어른들 드라마를 같이 보는 부모가 너무 많다.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은 바로 자식의 뇌세포 속에 '거울 뉴런'으로 각인되어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 지능으로 무장할 때-

이제는 꾸중하는 방법과 설득하는 방법, 대화하는 방법을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가정에서부터 토론하고 회의를 하며 자녀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대화하기보다는, 지시와 통제가 먼저였던 어른들. 생활 속의 민주주의를 배우기도 전에 정치적 민주주의 형태에 먼저 익숙해진 우리 사회는 어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에 비해 그 문제점도 많은 게 현실이다.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를 보면 사건의 내용 자체보다도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원만한 대화와 처리 방법이 미숙하여 감정의 골이 깊어서 신뢰감의 상실에서 비롯된 경우가 더 많음을 본다.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자식 같은 제자가 조심성 없이 말 대답할 때, 자기 부모나 친구에게 대들듯이 나올 때 한 발 물러서서 차분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처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학문적인 가르침보다 감정을 다루는 지혜를 먼저 배우는 인간관계의 규범이 교육학의 틀 속으로 들어와야 할 때이다.

이제 선생님은 교육학이나 특정 과목의 전공 위에 '사회적 지능'(공감,조화 ,조직에 대한 이해, 영향력 ,조직원 능력 계발 . 동기 부여 . 팀워크 )을 훈련하고 내면화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요즈음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민감하며 다양하고 돌발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 왜냐하면 그들의 뇌세포에 누적된 보고 듣고 배운 정보의 양은 20세기 교육을 받은 어른들의 정보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일보다 학생들이나 학부모와의 인간관계나 심리적 관계가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선생님들이 많은 현실은 다른 직종의 공무원들에 비하여 직업병이 훨씬 많다는 통계조사로도 증명된다. 이제 학교나 교실은 통제나 지시 일변도의 교육방법으로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최소한의 '사회적 지능'을 갖춘 리더십이 요구된다.

돌아오는 겨울방학에는 생활지도나 상담의 수준을 넘어선 '사회적 지능'을 갖추는 리더십에 관한 연수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어떠한 돌발적인 문제사태에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다. 현실을 따라가는 연수가 아니라, 좀 더 발전적이고 도전적인 연수로 겨울방학을 설계하고 싶다. 그리하여 2009년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법정 스님의 책이름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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