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는 교사에게 천형 같은 책무

2009.03.18 10:22:00

2009년 3월6일 조선일보에 서울 여고생들의 교복 착용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 근처 장면이었는데 쉬는 시간에 학교 앞으로 나온 여학생들이 하나같이 짧게 줄인 교복치마를 입고 있었다. 보도에 의하면 고3은 학교에서도 별 제재가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고 한다.

기자가 이 사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기자는 가능한 한 현재 여고생들의 교복 입은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보도를 보고 학교에 근무하는 필자는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 교복은 교사들이 생활 지도를 게을리 한 결과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현상을 선생님의 책임으로 다 돌리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다. 최근 사회적인 추세가 학생의 외모 지도를 하는 것을 자율권 침해니 개성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교사가 하는 복장 점검 및 외모 지도를 인권 탄압으로 몰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린 아이들은 손 가는 것이 많다. 교복을 바르게 입는 것부터 머리도 단정히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손톱도 깎게 하고 화장도 못하게 해야 한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도 교복을 무리하게 줄여 입어 보기 흉하다. 머리도 지도를 안 해주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화장은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피부 손상이 우려될 정도다.

교사의 역할을 학습 지도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집에서 부모가 자녀를 일어나는 시간부터 자는 시간까지 일러 주고 밥 먹는 자세까지 교육한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교사의 관심이 필요하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태도, 청소 하는 방법, 공동생활을 할 때의 마음가짐 등이 모두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얼마 전 진보 논객의 글을 읽었다. 글은 우리 주변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야기였다. 특히 진보 논객답게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었다. 필지도 공감을 하고 통쾌함을 느꼈다.

그런데 저자는 학교에서 머리를 짧게 하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머리를 짧게 하는 것과 학업 성적과 관련이 없다고 단정을 짓고 있다. 머리를 짧게 하는 규칙을 두고 지도하는 것은 선생님들이 통제를 하는 것으로 인권 탄압의 사례라고 한다. 머리 검사가 학생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주장은 일부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머리가 길다고 성적이 나쁘지는 않다. 아이들이 머리를 기르는 것과 학교생활은 상관관계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의 문화 이해를 단편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다. 학교의 오랜 전통이 바탕이 된 복잡한 문화 현상을 보아야 한다. 또 머리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다니는 학교생활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들은 머리가 길다고 성적이 나빠지는 것이라고는 안 했다. 우리 아이들을 예쁘고 단정하게 키우기 위한 지도를 한 것이다. 나아가서 오랜 경험으로 볼 때 학교 규칙을 잘 지킨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도 올바르게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끊임없이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지난 해 학생의 날을 맞이하여 이른바 학생인권법안이 발의 되었다. 이는 이미 2006년에도 발의 된 바 있는데 주 내용은 학생 인권에 관한 조항이다. 물론 이 법안은 충분히 논의를 거쳐 학생들의 생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학생의 두발과 복장을 검사하는 것이 무턱대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집에서는 내 아이는 밥을 조금 먹어도 많이 먹으라고 주문하고 너무 많이 먹으면 많이 먹는다고 조절을 해준다. 밥뿐인가. 일찍 자면 일찍 잔다고 말하고, 늦게 자면 늦게 잔다고 간섭을 한다. 의자에 앉아서 공부할 때도 똑바로 앉으라고 일러주고 텔레비전도 가까이 보면 멀찍이 앉아서 보라고 말해준다.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교사가 두발과 복장을 검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학생 생활 지도는 은근히 밀어내고 싶은 잡무다. 힘에 부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수업하기도 벅찬데 머리 검사까지 해야 하고, 복장까지 지도하는 현실이 때로는 야속하고 얄밉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졸업식 날 잔인할 정도로 교복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이유도 제복을 정복으로 입던 시절의 악몽이 남긴 무서운 트라우마의 재발현이라는 한다. 현학적인 표현이 일견 그럴듯하다. 그러나 교복을 찢는 행동은 어느 집단에서나 존재하는 독소 조항이다. 그야말로 일부 일탈된 행동일 뿐이지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학창 시절의 억압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학생 생활 지도를 왜곡하는 현상이 많다. 학교에서 금연 지도가 ‘학교의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예다.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나 피해는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는 없다. 전국에 어느 교사가 학생의 건강이 먼저지 학교의 이미지가 먼저란 말인가.

물론 과도한 지도 방법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의 지도 방법에 대해 인권 탄압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현장에 모든 선생님들은 학생 지도를 하면서 큰 것을 얻겠다는 욕심은 없다. 우리 애가 좀 더 깔끔하고,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머리가 좀 길면 어떻고, 교복 단추 하나가 풀어져 있으면 어떤가.’라고 하지만 우리 애이기 때문에 머리도 단정하고 교복 단추 하나도 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반듯한 옷차림으로 남에게 눈총 받지 않고 자신감 있게 커 나가갈 바랄 뿐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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