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한 한국 대표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화제다. 사실 김 감독은 처음에 감독직을 고사했다. 몇 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건강에 자신이 없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한국 야구를 짊어질 사람이 없었고, 국민의 기대도 버릴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감독직을 맡았지만 한국대표팀은 예전의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력의 핵심을 이룰 박찬호, 이승엽이 없었고, 김병현에 박진만까지 중도 하차했다.
한국 대표팀은 누가보아도 약체였다. 해외파는 단 2명, 메이저리거는 추신수 1명. 대부분이 국내파에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한 20대 선수들이었다. 막상 경기가 열렸을 때도 대만 전을 9-0으로 쉽게 이겼을 뿐, 숙적 일본에 2-14로 콜드게임 대패를 당하며 위기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저력이 있었다. 중국을 14-0으로 대파하고, 최종 순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를 거두며 첫 경기에서의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이때 김 감독의 봉중근 카드가 적중하며 명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국팀은 미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특유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멕시코를 상대로 8-2의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타격도 살아나 홈런 3방을 몰아넣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숙적 일본을 4-1로 완벽하게 누르고 연속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김 감독은 거포의 부재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작전으로 극복했다. 경기마다 다양한 타순 조정을 하고 빠른 투수 교체를 했다. 대타 작전은 거짓말처럼 적중했고, 수비수 위치까지 일일이 지시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젊은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경기를 압도했다.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은 김인식 감독 용병술의 하이라이트였다. 내내 부진했던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선발 출장 명단에 올렸다. 감독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추신수는 3점 홈런을 치면서 승리에 원동력이 되었다.
아쉽게도 한국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졌지만, 그 누구도 김 감독을 탓하지 않았다. 거의 졌다고 생각했던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고 대한민국의 끈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냈다. 언론에서도 김인식 리더십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에게 안겨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감동과 교훈을 남겼다고 칭찬을 했다.
김 감독을 일컬어 ‘선택과 집중을 아는 양수겸장 리더(2009년 3월 25일, 조선일보)’라는 표현을 한 보도도 그 하나의 예다. 즉 김 감독은 질 경기를 일찍 포기하고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또 김 감독은 모든 것을 맡기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식의 ‘위임형 리더십’과 결정적일 때 수비 위치까지 챙기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식의 ‘관리형 리더십’ 면모를 두루 갖춰서, 요즘 같은 격변기에 필요한 양수겸장형 지도자라는 칭찬을 했다.
그러데 여기서 ‘양수겸장’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색한 표현이다. ‘양수겸장(兩手兼將)’을 사전에서 검색하면,
1. 장기에서, 두 개의 말이 한꺼번에 장을 부름.
2. 양쪽에서 동시에 하나를 노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군정의 주위에는 그 재산을 노리는 자들이 맴돌았고 통역관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이권을 취득하는 양수겸장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조정래의 ‘태백산맥’)
결국 김 감독은 ‘위임형 리더십’과 ‘관리형 리더십’ 면모를 두루 갖춘 명장이라는 평이다. 그렇다면 여기와 어울리는 수식은 팔방미인(八方美人), 덕장(德長), 혹은 양면을 겸비한 지도자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양수겸장’은 본래의 의미와 달리 ‘두 개의 이익을 취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고 있다.
- 롯데마트 노병용 대표가 취임 2년째를 맞아 가격 경쟁력과 중소협력사 육성이라는 양수겸장의 승부수를 띄웠다.
- 김근호님이 흑성과 적성을 잡는 방법은 양수겸장(兩手兼將)이다. 쉽게 풀어서 말하며 하나를 잡기 위해서 2가지 작전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 그는 최정(SK)을 3루수로 기용하고 추신수를 선발 우익수 겸 6번 타순에 투입했다. 수비를 견고히 하는 건 물론 상대 선발 실바 등 대부분의 투수가 메이저리거인 점을 고려, 경험이 많은 추신수를 한 방이 필요한 6번에 넣어 ‘양수겸장’을 노렸다.
언중이 대부분 그렇게 쓰고 있으니, 허용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양수겸장’을 잘못 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려고 하다 보니 생긴 오류다. 쉽게 쓰려고 하다보면 이런 오류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