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와 ‘쭈꾸미’

2009.04.28 21:38:00

‘주꾸미’는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낙지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20~30cm 정도이고 짧으며 둥글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연안에 분포한다.(Octopus ocellatus)’

그런데 ‘주꾸미’를 된소리로 발음하고 표기도 아예 ‘쭈꾸미’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주꾸미’가 바른 표기다.

어두의 경음화 현상은 임진왜란 이후 국어에서 활발하게 확대되고 있는 음운 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을음[끄름], 닦다[딲다], 볶다[뽂다], 힘이 세다[쎄다], 자르다[짜르다], 조금[쪼금], 소주[쏘주], 버스[뻐스]’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그 예이다. 강원도 방언에서도 어두의 경음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개구리[깨구리], 가위[까새], 도랑[또랑], 삶다[쌈따], 시래기[씨래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모두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주꾸미’도 마찬가지다. 바르게 발음하고 바르게 표기해야 한다.

경음화 현상은 우리말로는 된소리되기라고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현상이 있다. 먼저 예전에는 된소리가 아니었던 것이 현대에 와서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곶’이 ‘꽃’으로, ‘곳고리’가 ‘꾀꼬리’로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된소리가 아닌 것이 발음하는 과정에서 된소리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표기할 때는 ‘등불’로 쓰지만 발음할 때는 [등뿔]로 하고, ‘봄바람’이라고 쓰지만 발음할 때는 [봄빠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는 소리에 관한 것도 있다. 제3장 5항에는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 예로 두 모음 사이에서 나는 된소리 ‘소쩍새, 어깨, 오빠, 으뜸, 아끼다, 기쁘다, 깨끗하다, 어떠하다, 해쓱하다, 거꾸로, 부썩, 어찌, 이따금’ 등이 있다. 또 하나, 한 개 형태소 내부에 있어서, 울림소리 ‘ㄴ, ㄹ, ㅁ, ㅇ’은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된소리로 적는다. ‘산뜻하다, 잔뜩, 살짝, 훨씬, 담뿍, 움찔, 몽땅, 엉뚱하다’가 그 예이다. 다만,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 ‘국수, 깍두기, 딱지, 색시, 싹둑(∼싹둑), 법석, 갑자기, 몹시’ 등이 있다.

최근 ‘짱’이라는 단어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짱’은 한자어 ‘장(長)’이 확대되어 사용된 단어이다. 즉, 우두머리, 최고의 의미를 갖고 있는 ‘장(長)’이 경음화 현상을 거쳐 ‘짱’이 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말은 처음에는 또래 사이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아이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지만, 현재는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나 혹은 인기가 있거나 최고를 뜻하는 의미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현재 우리 표준말로 쓰이고 있는 서울말에 급격한 언어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경음의 사용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음의 사용은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제 우리말에 급격한 변화가 성별, 학력별 차이보다는 세대 간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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