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맛’은 어떤 맛인가

2009.06.11 11:29:00

텔레비전에 먹을거리에 대한 방송이 많이 나온다. mbc의 ‘맛있는 TV’도 그 중에 하나다. 이 프로는 언제나 새로운 맛을 찾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리포터가 전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먹을거리를 소개한다.

특히 리포터 김한석은 오랜 방송 경험으로 진행 솜씨가 돋보인다. 보통 출연자는 일반 사람이어서 긴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포터 김한석은 이들을 배려하며 방송을 진행한다. 또 그는 개그맨 출신으로 때로는 음식 맛을 과장해서 전달하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난 토요일에도 김한석은 여느 때와 같이 음식 맛을 본 후에 느낌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음식 맛을 전하면서 ‘담백한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더욱 ‘굉장하게 담백해요.’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김한석 뿐만이 아니다. 텔레비전에 맛과 관련된 프로를 보면 ‘담백한 맛’이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출연자들도 특별한 맛이 있으면 으레 ‘담백한 맛’이 있다고 말한다. 또 ‘맛이 좋다.’라고 해야 할 때도 ‘담백한 맛’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담백하다’라는 형용사는 ‘특별한 맛’이나 혹은 ‘맛이 좋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먼저 ‘담백하다’를 사전에서 검색 해 볼 필요가 있다.

‘담백하다’1.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2.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
- 이 집의 반찬 맛은 담백하다. 3.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
- 담백한 음식/옥수수는 맛이 담백하고 이용 범위가 넓다.
4. 빛깔이 진하지 않고 산뜻하다.
- 담백한 색의 옷

주변에서 ‘담백하다’라는 형용사를 사용할 때는 보통 특별한 맛이 있다는 의미로 쓰는 듯하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에도 나와 있듯이 이런 뜻은 없다. 엄격히 이야기하면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거나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라고 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특별한 맛’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을 때는 무턱대고 ‘담백하다’라고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담백하다’를 아무 때나 쓰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 하얀 꽃송이가 담백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 담백한 근육의 주인공이 제 옆이 있으니까 제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 미디엄템포의 신파 발라드가 대세인 시대에 스토리를 가진 담백한 소울 풍 발라드가 오히려 튄다.

여기에서 ‘담백한 향기/담백한 근육/담백한 소울’ 등은 의미 관계가 불분명하다. 이는 ‘신선한 빵’의 수식과 비슷하다. 간혹 빵집 등에 ‘신선한 빵’이라는 표현이 보이지만, ‘신선하다’는 ‘빵’과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다. ‘신선하다’는 형용사가 먹을거리를 수식할 때는 ‘채소나 과일, 생선 따위’만 허용된다. 바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적절한 언어 표현이 먼저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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