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과 ‘구설수’

2009.07.01 14:28:00

‘구설’과 ‘구설수’도 구분해서 써야 할 단어다. 먼저 사전을 통해서 두 단어를 검색해 본다.

‘구설(口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
- 남의 구설에 오르다.
- 총각 선생이 밤중에 처녀 선생이 묵고 있는 집에 발걸음 한다고 괜한 구설을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윤흥길, ‘묵시의 바다’)

‘구설수(口舌數)’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
- 구설수가 들다./구설수가 있다./구설수에 오르다./구설수에 휘말리다.
- 이런 곳에서는 사소한 일 하나가 시빗거리로 되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서기원, ‘조선백자 마리아상’)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이른다. 이는 사전 용례에서 보듯, ‘오르다’라는 용언과 잘 어울린다. ‘구설수’는 ‘구설’에 ‘수’가 합성된 단어이다. 여기에 ‘수’는 흔히 말하는 ‘운수’다. 이에 대해 사전을 보면




‘수(數)’
1. 운수(運數)
- 그는 수가 좋아 하는 일마다 잘된다.
- 고진감래라고 드디어 그 사람도 수가 트였다.
- 올해는 수가 나쁘니 조심해라.
- 그는 수가 사나워 사고를 당했다.
2. 좋은 운수
- 그가 오지 않아 내가 대신 선물을 받았으니 수가 났지 뭐야.
- 그는 수를 만나 횡재했다.

즉 ‘구설수’는 ‘구설’의 말을 듣는 ‘운수’다. 그렇다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어색하다. ‘오르다’는 남의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의미다(‘남의 입에 오르지 않도록 조심해라.’). ‘구설수’는 ‘어떤 처지에 놓이다.’는 의미의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구설수’를 ‘오르다’라는 동사와 많이 쓴다.

○ 유명 탤런트 G모(43)씨가 이혼한 전 남편 때문에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올랐다.
○ 방송인 붐(본명 이민호)이 함께 방송에 출연한 프로게이머 이윤열에 대한 막말 발언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 지난 3월에는 영화배우 디몬 하운수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언중에게 있었지만, 이제는 사전의 책임이 더 크다. 앞의 사전 검색에서 보았듯이, 표준국어대사전이 ‘구설수에 오르다.’를 용례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사전의 편찬 작업이 언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신중함이 결여된 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구설수에 오르다.’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 ‘남과 시비가 붙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에 오르다.’란 말이 돼 어색하다. 남들 입방아에 좋지 않게 오르내리는 경우엔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하는 ‘구설’을 사용해서 ‘남의 구설에 오르다.’라고 하는 것이 어울린다. ‘구설수’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면, ‘구설수에 들다.’도 의식적으로 사용해 볼만 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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