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름’과 ‘갈음’

2009.07.30 16:00:00

‘가름’과 ‘갈음’도 구분해서 써야 한다. 두 단어의 차이를 보면

‘가름’1.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는 일.
- 차림새만 봐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름이 되지 않는다.2. 승부나 등수 따위를 서로 겨루어 정하는 일.
- 이기고 지는 것은 대개 외발 싸움에서 가름이 났다(이문열, ‘변경’).

‘갈음’
1.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함.(동사 ‘갈음하다’)
-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행운이 가드하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치사를 갈음합니다. 2. 갈음옷(일한 뒤나 외출할 때 갈아입는 옷).
‘가름’과 ‘갈음’의 차이는 기본형을 보면 쉽게 해결된다. 먼저 ‘가름’의 기본형은 ‘가르다’이다. 이는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다.’의 의미로 ‘편을 셋으로 가르다./수박을 다섯 조각으로 갈라 나누어 먹었다./마을 사람들을 여자와 남자로 갈랐다.’로 쓴다. 결국 ‘가르다’는 ‘나누다, 분류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갈음’은 기본형이 ‘갈다’이다. 이는 ‘고장 난 전등을 빼고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컴퓨터 부속품을 좋은 것으로 갈았다./임원을 새 인물로 갈다.’라고 쓴다. 이는 ‘바꾸다, 대체하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행사를 할 때 높은 양반들이 치사를 하며 끝에 ‘이것으로 인사에 갈음하겠습니다.’와 같이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경우에 ‘갈음하다’를 사용한다.

‘가름’과 음운이 비슷한 ‘가늠’이라는 단어도 알아보자. 이는
1.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봄. 또는 헤아려 보는 목표나 기준.
- 매사가 다 그렇듯이 떡 반죽도 가늠을 알맞게 해야 송편을 빚기가 좋다.2.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림.
- 그 건물이 높이가 가늠이 안 된다.

‘가름’과 ‘갈음’은 동사의 어간에 명사형 어미가 붙어서 명사가 파생되었지만, ‘가늠’은 그 자체가 더 이상 분석되지 않는 단어다.
여기서 다시 의문을 가져본다. 그러면 ‘긴 물체의 굵기나 너비가 보통에 미치지 못하고 얇거나 좁다.’는 뜻의 형용사 ‘가늘다’의 명사형은 ‘가늠’이 아닐까? 다음을 읽어보자.

○ 바디(베틀, 가마니틀, 방직기 따위에 딸린 기구의 하나. 가늘고 얇은 대오리를 참빗살같이 세워, 두 끝을 앞뒤로 대오리를 대고 단단하게 실로 얽어 만든다. 살의 틈마다 날실을 꿰어서 베의 날을 고르며 북의 통로를 만들어 주고 씨실을 쳐서 베를 짜는 구실을 한다.-필자가 붙임)란 베틀의 핵심 부분으로 베의 굵고 가늚을 결정한다(동아일보, 2008년 10월 30일).

○ 난엽체(蘭葉體) 또한 난초의 이파리가 지닌 굵고 가늚의 모양새를 본 따 서예에 탄력적인 형상미를 부여, 최초로 개발한 서체다(주간한국 매거진, 2008년 4월 25일).

○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두텁고 가늚, 획의 둥긂과 각짐’이 조화를 이룬다(세계일보, 2007년 12월 2일).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형용사 ‘가늘다’의 명사형은 ‘가늚’이다. 우리말에 받침으로 ‘ㄻ’의 표기가 익숙지 않아서 어간의 ‘ㄹ’을 빼고 명사형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말에서 명사형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용언의 어간에 명사형 어미 ‘-ㅁ, -음’을 붙이면 된다. 다시 말해서 어간이 모음으로 끝나면 ‘-ㅁ’이 붙는다. ‘가다/오다/다르다’는 명사형이 ‘감/옴/다름’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간이 ‘ㄹ’로 끝나는 용언에도 ‘-ㅁ’이 붙는다. ‘돌다/만들다/갈다/달다/흔들다/베풀다’는 ‘돎/만듦/갊/닮/흔듦/베풂’이 된다. 마지막으로 어간에 ‘ㄹ’을 제외한 받침이 있는 말에는 ‘-음’이 붙는다. ‘먹다/젊다/검다/속다/접다’는 ‘먹음/젊음/검음/속음/접음’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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