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옆의 녹음에서 우러나오는 숲 향기를 맡으며 앉아 있는데 교감선생님의 안내로 건장한 청년이 들어서는데 모르는 사람이었다. 순간 외판원이 찾아왔는가? 하고 별로 반갑지 않게 맞아하였다.
“교장 선생님 제자분이 찾아왔어요.”
“누구지? 어느 학교 다녔지?”
“남한강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명함을 건네준다.
“정정식 이라고 합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실 겁니다.”
직장을 물었다. 제약회사에 대리로 근무하고 아내는 충주의료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다고 하였다. 사는 곳을 물었더니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다섯 살 된 딸아이를 두고 있다고 한다. 내가 여기 근무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니 제천에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고 알았다고 한다.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가 고마웠다. 학교 다닐 때 실과시간에 만든 국기 함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하였다. 한참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어렴풋이 어릴 때 모습이 기억 속에 떠올랐다.
“선생님 !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학교가 숲이 많고 꽃도 많이 펴서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잠시나마 이렇게 시간을 내어 찾아준 제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인지 모르겠다.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다음에 한번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보냈다. 교직은 이렇게 제자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 소식만들어도 마음 뿌듯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행복했던 오후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