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마음자세로 일하는 사람

2009.10.12 17:22:00

교정에 내려앉은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학교 숲의 소나무와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어우러져 가을 느낌을 받으며 풍요로운 정취에 마음은 어느새 편안해진다. 2층에 올라가서 학교 뒤편을 바라보면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과의 고장답게 무공해 사과나무를 키우며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려주는 소리도 정겹게 들려온다.

학교 뒤편 들판에 연못을 만들고 500여차의 마사토를 복토하여 학교 숲을 만든 지도 3년이 되었다. 화강암 자연석으로 연못둘레를 아름답게 조경을 하여 더욱 운치가 있다. 폭포가 흐르는 상단에 심은 소나무는 분재와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한창이더니 이제는 구절초의 청순한 모습이 정원의 운치를 살려 준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에 숲길로 들어서고 만다. 파란잔디를 밟으며 나무와 꽃을 바라본다. 자연은 항상 말이 없지만 무엇인가 정을 느낄 수 있고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그래서 가을 길을 걸으면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급식소에서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준비에 열심히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교실에서는 중간고사를 보느라 절간처럼 조용하다. 유치원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선생님과 함께 그림기기와 만들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한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고맙기만 하다.

학교장을 축구 감독에 비하면 교원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자리를 배치해주는 권한만 있다. 학교 회계직원 이라고 불리는 보조원은 학교장이 채용할 수 있다. 올해 학년 초에 채용한 교무보조는 그 역할을 너무 잘하고 있어 선발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인사자문위원회에서 복수 추천한 사람을 불러 면접을 하였다. 면접을 하면서 외형적인 것 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과 마음 씀씀이와 맡은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선택을 했는데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몇 개월 지나고부터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학교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교무실분위기도 아늑해 졌고 너무 알뜰하게 정리정돈을 하면서 사랑과 정성으로 직장을 내 집처럼 가꾸는 모습이 모두에게 신뢰감을 준다. 구석구석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늘 밝은 모습으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맡은 일에 충실한 모습이 보기 좋다. 교무보조는 선생님들의 잡무를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업무인데 대학을 졸업한 주부로 보수가 넉넉지 않은데도 일을 찾아 즐기며 마치 봉사자의 자세로 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3개월이 되면서부터 변화의 모습이 보이더니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너무 많은 변화와 안정된 직장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살림을 잘하는 집을 방문해 보면 집안에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우리학교는 교무보조가 오고부터는 윤기가 흐르는 직장으로 변모하였다. 1주일에 한번 있는 직원회의 시간에 칭찬해 주어야겠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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