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승 상(像)을 정립해야 할 때

2010.10.26 08:31:00

30대 여교사의 성추문 사건을 보고

30대의 여교사가 자기반 제자와의 성추문 사건은 가히 충격을 넘어 끝장을 보는 것 같아 가슴 답답하여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이런 일이 동방의 예의지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스승과 제자사이의 윤리가 살아있다고 믿었었는데 필자 말고도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아찔함을 느꼈을 것이다. 미성년자인 제자를 부모대신에 지켜주어야 할 선생님이 제자를 성(性)의 유희도구로 삼았는데도 처벌할 법조항이 없다니 더 기가 막힐 일이다.

정보화가 우리생활에 미치는 역기능 중에 인터넷을 통해 독버섯처럼 퍼지는 유해영상매체가 악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성년자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영글지 않아 보호자가 필요한 미성숙상태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상처 없는 성인으로 성장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동을 성폭력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책임이 보호자인 부모, 선생님, 사회의 어른들에게 있는 것이다.

한퇴지(韓退之)가 말하는 스승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로 첫째, 전도(傳道) 이다. 옛 성인의 도(道)를 전하는 것, 둘째, 수업(授業)이다. 옛 성현의 글을 가르쳐 주는 것, 셋째, 해혹(解惑)이다. 의혹된 것을 풀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세가지는 스승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일이고 제자로 하여금 스스로 인생 본연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였다.

스승에는 경사(經師)와 인사(人師)가 있는데 학생들에게 지식만을 가르치는 경사는 많은데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인생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인사(人師)는 드물기 때문에 스승다운 스승이 드문 것이다.

스승이라는 직업은 오다가다 택하는 직업이 아니라 하늘에 맹세하고 깊이 생각해서 택하는 성직(聖職)이다. 늘 제자를 자신의 아들딸처럼 사랑하는 것은 스승 자질의 처음이요, 제자가 자기보다 잘되기를 염원하는 것은 회초리의 끝이라고 하였다. 스승이 반드시 제자보다 어질 수는 없지만 반드시 스승으로서 품격(品格)과 이상(理想)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물론 우리선생님들 중에는 인사(人師)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의 근본도리를 저버리고 사회의 지탄을 받는 철면피가 있다. 스승의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이 흙탕물을 일으켜 교권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교사가 되는 자격을 더욱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제대 석좌교수인 淸凡 진태하 박사의 신사설(新師說)의 일부를 인용하여 이 시대의 새로운 스승 상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소개한다.

남의 스승 된 사람은 늘 말없이 모범을 보여야 하고(黙言垂範), 성실하고 근면하여 날로 나아가야 하고(誠勤日進), 사치는 하지 않되 늘 깨끗한 모습을 지켜야하고(不侈常潔), 공적인 일에 처하여 사심이 없어야 하고(處公無私), 욕심을 부리지 말고 스스로 만족함을 즐겨야하고(寡慾自足), 늘 예로서 손님을 대접해야 하고(恒禮接賓), 하찮은 벌레의 목숨이라도 죽이는 것을 삼가야 하고(微命愼殺), 옛것을 본받고 새 것을 창출해야 하고(法故創新), 집안의 화평과 이웃의 이로움을 도모해야 하고(家和利隣), 겨레를 사랑하고 나라에 보답해야(愛族報國)하겠다는 정신으로 교단에 선다면 백세(百世)의 모범 스승이라 하였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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