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도 행정의 구태는 바뀌지 않는다. 불과 몇 개월 전 논란이 되었던 교원지방직화 논의가 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자괴감까지 느낀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당시는 교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권말기 였고, 지금은 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정권초기라는 점이다. 이는 결국 교원 지방직화 문제를 교육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풀겠다는 발상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누누이 강조하였듯이 지방직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첫째, 법적인 문제점이다. 지방공무원 신분인 시·도교육감이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 체계상 불합리하다는 점을 같은 정부조직인 법제처가 지적하고 있다. 또 교육부조차 교원의 사기저하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정권초기의 가시적인 실적에 급급한 부처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둘째, 재정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지방직 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재정으로 지방의 고유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다. 교원의 봉급재원은 대부분 중앙예산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분만 지방직화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셋째, 교육여건의 악화로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우리 교육여건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그래서 국가차원의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여건 개선의 핵심은 양질의 교원 확보에 있다. 교원의 신분이 지방직으로 되면,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정규교원보다는 기간제, 계약제를 남발할 가능성이 크고, 교육은 사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다.
교원지방직화는 단순한 교원신분 변동의 차원이 아니다. 교육을 국가수준의 과업으로 보느냐 시도자치단체의 지방사무로 보느냐의 문제다. 지방분권화가 훨씬 발달되어 있는 미국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No Child Left Behind Act'라는 법을 제정, 중앙 예산의 차등지원을 통하여 단위학교와 지역교육청의 교육적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종전에는 교육을 전적으로 지방사무로 일임하였으나 점차 국가 차원의 개입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해 지방이양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행정편의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서 교원 지방직화는 서두를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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