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에서 대왕암공원까지 바닷가 여행하기

2011.06.16 23:18:00

현충일이었던 지난 6월 6일 아침 일찍 출발해 간절곶부터 대왕암공원까지 울산광역시의 동쪽 바닷가 여행지를 돌아봤다.



첫 여행지가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의 간절곶(http://ganjeolgot.ulsan.go.kr)이다. 간절은 어부들의 눈에 간짓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간절끝으로 부르던 말이고, 곶은 육지가 뾰족하게 바다 속으로 돌출한 부분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동해안에서 제일 먼저 해가 떠올라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말이 생긴 이곳의 해돋이는 영일만의 호미곶보다 1분, 강릉의 정동진보다 5분 빠르다. 해돋이만큼이나 유명한 게 언덕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흰색 간절곶 등대와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대형 빨간 우체통이다. 모녀상, 새천년기념비 등 조형물들이 바다풍경과 어울리고 등대와 가까운 레스토랑 옆으로 송림과 잔디밭이 이어진다.

전화나 메일로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편한 세상이지만 마음을 주고받는데 편지가 최고다. 좋은 사람이 정성스럽게 써서 보내온 편지를 받는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엽서가 비치된 우체통 안에서 편지를 꾹꾹 눌러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31번 국도를 북쪽으로 달리면 서생면 진하리의 진하해수욕장까지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이어진다. 제법 규모가 큰 진하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 고운 모래, 맑은 바닷물, 얕은 수심, 백사장 뒤편의 송림이 조화를 이뤄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간만의 차가 커 썰물 때는 바로 앞 명선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진하해수욕장에서 나오면 서쪽 산위로 서생포왜성(울산광역시문화재자료 제8호)이 보인다. 동명빌라에서 우측 서생3길로 접어들면 산길이 왜성까지 이어진다.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일본식 건축방법으로 쌓은 계단식 산성으로 꼭대기 부분에서 아래로 성벽을 겹으로 둘렀다. 우리나라의 산성과 달리 성벽이 많이 기울어져 있어 일본 성곽을 연구하는 중요자료다.

왜군이 쌓았으나 뒤에 조선에서 사용했던 성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이룬다. 천수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수대, 당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충신애국지사를 모신 창표당 등은 터만 남아 있다. 성벽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면 산 아래로 진하리와 진하해수욕장, 녹색 들판과 물을 담은 다랭이논이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서생포 왜성을 나오면 진하리를 벗어나기 전에 차창 밖으로 서생포만호진성이 보인다. 온산국가산업단지를 지나 개운교를 건너면 왼쪽 길옆에 개운포성지(울산광역시기념물 제6호)가 있다. 개운포성터는 해변과 야산 계곡에 돌로 쌓은 성으로 남구 성암동에 있어 성암동성터로도 불린다.

개운포성터는 신라 때부터 왜구방어의 전략적 요충지였고, 조선 전기에는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의 진영이 동래로 옮겨질 때까지 왜구방어의 전략기지였으며, 조선 후기에는 군용선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선을 만드는 선소가 있었던 곳이다.



개운포성지를 구경하고 남구의 서남쪽 해안에 위치한 고래관광 1번지 장생포동으로 간다.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항은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등 포경업 위주의 고래산업을 관광업으로 전환하고 쇠락의 길을 걷던 장생포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장생포항과 고래박물관 앞에 고래고기를 파는 식당이 몇 집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고래고기 요리를 개발해 3대째 이어온다는 '고래고기원조할매집(052-261-7313)'에서 고래고기를 먹었다. 모둠을 시키면 껍질·갈비살·내장을 삶은 고기 수육, 생고기를 양념으로 버무린 육회, 고래고기 가운데 신선도가 가장 좋은 생고기, 가슴살과 배폭살을 얼린 고래의 대표적 음식 우네, 소금에 절인 꼬리와 지느러미를 얇게 썰어 살짝 데쳐내는 오베기가 소스와 함께 나온다. 종업원은 10만원인 대자 모둠을 권하지만 6만원인 소자 모둠으로 4명이 고래고기를 음미할 수 있다.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어 가수 송창식의 고래사냥에 나오는 가사와 같이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잡으러' 떠날 수도 없는 세상인데 고래고기는 어디서 구할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수 없는 고래가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죽으면 항구로 운반해 경매에 넘겨진다. 죽은 고래 한 마리가 수천만 원 한다니 고래를 발견한 어부는 로또에 당첨된 것만큼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몇 년 전 인근의 방어진항에 들렸을 막 바다에서 들어온 고래가 있어 손으로 만져보고 사진으로 남긴 추억이 있다.


장생포항에서 고래고기 삶는 구수한 냄새가 사라졌지만 장생포고래박물관(ttp://www.whalemuseum.go.kr)에 가면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만난다. 고래모양의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고래박물관에 들어서면 고래의 모형, 고래뼈, 고래수염 등 다양한 포경유물을 만나 장생포의 과거와 고래문화, 고래에 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오면 수족관에 살고 있는 돌고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있다. 



고래박물관을 구경하고 차로 태화강역을 지나면 명촌대교다. 다리를 건너 우회전한 후 태화강 물줄기를 따라 방어진항과 가까운 울산대왕암공원으로 간다. 동구 일산동 바닷가에 위치한 대왕암공원에 들어서면 100여년 전에 심은 해송 1만5000여 그루가 전주처럼 하늘로 치솟으며 울창한 숲을 이룬 송림이 맞이한다. 송림 끝 울기등대의 구 등탑은 등록문화재(제106호)이고 아래편에서 새로 세운 등대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등대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고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린 대왕암을 만난다. 용추암으로 불리는 대왕암은 육지의 바위들과 철교로 연결된다. 정상에는 연인들이 사랑의 징표로 걸어놓은 자물쇠들이 많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등대와 송림, 기암괴석과 먼 바다의 풍경이 아름답다.

옛 선비들이 해금강이라 불렀던 대왕암 외에도 사근방, 거북바위, 탕건암, 할미바위(남근암), 용굴 등의 기암괴석과 부부송 등 멋진 소나무들이 바다와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해안가에서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고이와 해안 바위 중 가장 넓은 곳을 뜻하는 넙디기에 편하게 앉아 마음을 내려놓으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공원의 북쪽이 일산해수욕장으로 연결되어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집으로 가는 길에 태화강을 거슬러 올라가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에 있는 울산 선바위를 구경했다. 이곳은 태화강 십리대밭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을 만큼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선바위(立石)는 수면 위 높이가 21m에 이른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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