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早期敎育)과 적기교육(適期敎育)

2012.03.08 13:16:00


조기교육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이의 성장발달 단계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조기교육만 하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의 학부모 생각인 것 같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몫을 했고 학자들이 좋다고 하면 한쪽으로 치우치는 쏠림현상도 심했던 것 같다. 지나친 교육열이 화덕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교육이 열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어는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춰 국어(國語)부터 완전히 익힌 바탕위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워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영어 조기교육 열풍은 영어권 아이로 키우려는 극성이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는 잘못된 조기교육으로 성행되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아이를 문화와 생활풍습이 전혀 다른 곳으로 외국유학을 보내서 영어를 가르치는 극성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 피해는 순진한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정도로 과학적이고 우수한 한글과 우리말을 올바르게 익히기도 전에 영어를 가르치며 자랑으로 생각하는 세태가 한심스럽다.

학교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발달과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가르치도록 구성되었는데 학원에서 예습을 한 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있다니 비정상이 아닌가. 우수한 교사가 좋은 교재 교구로 가르치는 정규수업을 무시하고 먼저 예습을 시킨다고 우수한 학생으로 키운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어린나이에 일찍 가르쳐야만 발달되는 재능도 있으나 뭐든지 일찍만 가르치면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동식물은 성장하는 단계에 맞춰 햇빛, 공기, 물, 영양(거름), 온습도(溫濕度) 등이 시기에 맞춰서 알맞게 공급돼야 한다. 시기에 맞게 성장환경이 조성돼야 튼튼하게 성장하면서 잎이 자라고 꽃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이치와 같은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을 교육 하면서 사람마다 성장속도가 다름을 무시하고 조기에 가르치면 모두 훌륭하게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알맞은 운동을 해야 골격이 완성되고 근육도 발달해 평생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인데 공부에만 몰두하도록 다그치면 건강한 생활을 하기 힘들게 된다.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사회성과 봉사정신을 배우고 도덕규범도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시기가 지난 다음에 가르치려면 몇 배의 힘이 들고 의도하는 대로 가르쳐지지 않는 것이다.

한 때 만5세 입학이 유행했으나 성장기의 1년 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만5세 입학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성장기의 적기교육의 필요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어려서 천재성을 보인 아이들이 커서도 반드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 좀 더 시야를 넓게 보고 식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성장조건을 갖춰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린 시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너무 많은 물과 영양분을 주면 어린싹이 튼튼하게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적기에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지나친 교육 열기를 심호흡으로 가다듬고 조기교육에 쏠려있는 부모의 욕심을 적기교육을 하여 올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심신이 건강한 가운데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지식이나 재능도 조기교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제 조기교육도 필요한 시기에 해야 하지만 자녀의 발달과정에 가장 적합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적기교육(適期敎育)에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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