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와 한라산의 윗세오름

2012.04.30 16:55:00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몽벨서청주 산악회원들과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를 다녀왔다. 이틀 동안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제주도의 봄날 풍경을 부지런히 사진으로 남겼다.


새벽 3시, 청주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어둠을 뚫고 완도로 향한다. 늘 그렇듯 이른 시간에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차 안에 정적이 감돈다.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고 잠깐씩 눈을 붙이는 사이 완도에 도착했다. 완도, 이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차에서 내려 들판의 전봇대 사이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했다. 그사이 날이 환하게 밝아져 차창 밖으로 주작덕룡으로 불리는 덕룡산과 주작산, 두륜산, 대둔산의 멋진 모습이 차례로 펼쳐진다. 


연안여객선터미널 주변을 둘러보고 한일블루나래호에 올랐다. 배가 출항하자 추섬으로 불리는 주도(천연기념물 제28호)를 비롯한 완도 시내와 완도타워, 신지대교, 신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라 에메랄드색의 바다와 수평선이 뚜렷하다. 쾌속정은 완도에서 제주까지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그 사이 일제강점기 유곽이 있었다는 불무섬, 완도와 제주도의 가운데에 있는 안섬을 가깝게 지난다. 뱃전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만끽한다.



어느새 제주도가 눈앞이다. 제주항 주변의 바닷가 풍경이 멋지다. '환영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 제주항에서 송악산 선착장으로 가며 용담해안도로를 달리고 소인국테마파크를 지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두 개의 돌탑은 마을의 액운을 쫓고 안녕을 비는 방사탑이다. 파란하늘. 흰 구름, 만개한 벚꽃과 유채꽃 등 길거리에서 만나는 풍경이 그냥 좋다. 산방산과 형제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송악산 선착장 주변의 풍경도 멋지다.

해발 20.5m로 우리나라 유인도 중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고, 봄철에 청보리들이 물결을 이루는 가파도를 지나면 바로 기다란 마라도가 나타난다. 송악산 선착장에서 30분 정도 걸린 마라도의 살레덕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북위 33도 06분, 동경 126도 11분, 해발 39m,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250m, 둘레 4.5㎞' 선착장에 올라서면 우리 땅의 가장 남쪽에서 마침표를 찍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의 평원이 펼쳐진다.

고구마 모양의 마라도는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해안이 기암절벽이다. 원래는 산림이 울창하였는데, 뱀을 제거하기 위해 숲을 태운 후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 섬이 되었단다. 이곳에 처녀 업저지의 혼을 기리고 잠수작업의 안녕을 비는 처녀당(할망당), 해식 터널이 있는 대문바위, 통일기원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마라도교회, 마라방송국, 최남단 지역을 알리는 기념비, 장군바위, 1915년 설치된 마라도 등대, 해식동굴 등의 볼거리가 있다. 해물을 넣은 짜장면이나 해삼 등의 먹거리도 유명하다.


올레 10코스 중간에 있는 송악산은 산방산과 마주한 해안가에 여러 개의 화산봉우리가 모여 있고 유채꽃 핀 풍경이 아름답다. 사방이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져 절경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기념사진까지 남긴다. "와~ 아~" 가슴이 뻥 뚫린다. 해안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동굴은 일제강점기에 뚫어놓은 일제의 동굴진지로 '대장금 촬영지'이기도 하다. 옆에 공동묘지가 있어 돌담으로 둘러친 제주도의 이장 문화도 구경한다.

'그냥'

늘 듣고
자주 내뱉는
'그냥'이라는 말이 나는 좋다.

그래서일까
세상이 좋아 그냥 여행을 떠난다.
살아간 흔적을 그냥 글로 남긴다.

누가 뭐래도
그냥 여행을 떠나고
그냥 사람들을 사귀는
내 인생살이를 사랑한다.

그래서일까
그런 인생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인생살이
그대로 사는 사람들은 보기가 어렵다.

오랜만이다. 술김에 시 한 편 남겼다. 시구가 어색해도, 문맥이 통하지 않아도 탓할 사람 아무도 없다. 시가 뭐 별건가. 생각을 중얼중얼 읊는 게 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마라도나 송악산 방향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곳이 높이 395m의 산방산이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산방산의 해발 200m 지점에 100여 평쯤 되는 자연 석굴 산방굴이 있는데, 그 안에 불상을 안치하여 산방굴사(山房窟寺)라고 한다.

천장의 암벽 사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전설에 의하면 산방산을 지키는 여신 산방덕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산의 남쪽이 해식으로 단애가 형성되어 특이한 경관을 연출하는 용머리 해안이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다. 저녁에는 제주시 연동의 산고등어벙커에서 산고등어 정식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술잔을 많이 비웠다. 이튿날은 아침을 먹고, 중국의 건강용품 회사인 바오젠그룹이 1만여 명의 직원을 제주도로 보낸 일을 기념해 만든 '바오젠 거리'를 둘러봤다.




한라산하면 1950m의 백록담만 생각한다. 제주도 한가운데에 있는 한라산은 1100m이상의 산줄기와 오름이 바다와 사방으로 연결된다.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로 내려오는 등반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어리목으로 갔다. 국토의 70%가 산이지만 다 똑같지 않다. 참! 신기하다. 북쪽과 남쪽의 끝자락에서 불쑥 튀어 오른 백두산과 한라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니….

어승생오름 남쪽 길목인 어리목은 높이 1100여m의 광장에서 시작해 어리목 계곡을 건너 사제비오름과 만세동산을 가로질러 윗세오름(1740m) 대피소로 이어진다. 한라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대피소 주변에 까마귀가 많다. 까마귀들이 점심을 먹는 관광객들 옆까지 날아와 던져주는 음식을 낚아채려고 경쟁한다. 리더가 없는 까마귀들 때문에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걸 생각하며 시상이 떠올랐다.

'사는 건'

사는데
좋은 것만 있겠는가?

나이 먹어야 안다
예전에는 평범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예전에는 내가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진짜 나이 먹는 것은
아는 대로 말하고
생각대로 행동하면
손가락질받는데도
그걸 뒤늦게 깨우치는 것을

산중고원인 윗세오름 일대는 고산식물의 보고다. 병풍바위를 지나는 윗세오름에서 영실까지의 산책로에 야생화가 지천이다.


제주시 연동 광이오름 기슭의 한라수목원은 제주도 자생식물의 유전자원보존과 관찰을 위한 자연학습장이다. 교목원, 관목원, 도외수종원, 죽림원, 수생식물원 등을 돌아봤다. 산책하며 삼림욕을 즐기는 어른들과 부모님과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많다.

화산지대인 제주도는 빗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가는 특수지형이다. 곶자왈의 중산간 지역은 식수, 가뭄해소, 화재진압에 사용할 저수시설 작업이 한창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몽벨서청주산악회 신광복 산대장은 먹거리도 잘 챙긴다. 제주를 떠나기 전 제주도청 뒤편의 삼성혈해물탕으로 갔다. 해물탕에 문어, 키조개, 대합, 백합 등 제주 해역의 싱싱한 해물이 푸짐하게 올라온다. 살아 움직이는 해물들이 눈앞에서 식욕을 돋운다.


제주항을 출항한 쾌속정이 왔던 길을 되돌아 완도로 향한다. 뱃전으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한참 동안 어둠으로 물드는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와 작은 섬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기대했는데, 흐린 날씨가 시샘한다. 완도가 가까워지자 어둠 속에 등대와 시내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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