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교권을 생각하다

2012.05.15 10:47:00

교권추락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이 선생님을 때려 실신케 한 사건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찌하다가 우리 교육현실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암울하다는 생각뿐이다. 중학생이면 한창 발랄할 때이고 꿈 많은 소녀 일 텐데 어떻게 자기의 행동을 올바르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가?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잘못된 언행을 보고 그래도 바로잡아 고쳐주려 했던 경륜이 있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생각에 이르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잘못을 보고도 못 본 척, 못들은 척, 모르는 척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을 이미 포기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사춘기이고 반항기인 중학생 이라 해도 교육에 몸담고 있는 한 선생님은 절대로 가르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잘못 받아드려져서 교육의 수요자라고 하는 학생의 인권만 소중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이다. 민주시민이 되려면 자신부터 책임과 의무를 다한 다음에 상응하는 권리를 주장해야 마땅한데 대접만 받으려는 생각이 팽배해져 있는 것 같다. 왕자나 공주로 키운 학부모 중에는 자기 자식만 소중하고 최고라는 생각으로 선생님과 학교를 신뢰하지 않고 일일이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것이 교권을 무너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성장과정에 있는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는 교육자의 교권은 학생의 인권보다 우선되어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그 동안 교권을 방관시 한 책임이 교원, 학부모, 위정자(爲政者)들 모두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탑을 허물기는 쉬워도 다시 쌓기는 몇 배의 힘이 드는 것처럼 일부 교원의 잘못을 전체교원들에게 뒤집어 씌워서 교권에 흠집을 내는 교육부장관도 있었으니 학생과 학부모 앞에 교권이 무너져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선생님의 훈육을 경찰에 고발하고, 선생님에게 덤벼들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낮잠을 자며 마음대로 해보라는 아이들의 잘못된 버릇을 누가 키웠는가? 친구와 어울려 우정을 쌓기 보다는 괴롭히고 따돌림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가정교육이 매우 중요함에도 좋은 인성과 습관을 길러주기 보다는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 몰아 1등만 강요하고 친구를 이기고 앞서야 한다며 강박감을 주고 있다. 학원만 보내면 부모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며 여러 곳의 학원을 보내어 아이들의 심신을 지치게 하고 있다.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자주 나누고 아이들이 본받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요구를 모두 들어 주면서 기본생활예절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고 있지 않은지 자성(自省)해야 한다.

교권을 지키지 못한 데는 교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는 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교육자의 사명감이 부족하다. 문제 학생이 있을 때는 교원이 서로 협동하여 집단지도를 해서라도 교권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 앞에서 사표(師表)가 되어 언행을 바르게 하고 아이들이 본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감화를 주는 가르침으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지식과 지혜를 함께 가르치는 참다운 스승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외형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인성, 예절, 질서, 언어, 문화 같이 무형의 잠재적인 교육을 소홀히 해온 점도 인정해야 한다. 군자(君子)도 종시속(從時俗)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학생지도 방법도 새롭게 해야 한다. 교권은 말만으로는 회복되지 않고 교원스스로 교권회복운동을 펼쳐야 한다. 먼저 아이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주고 학부모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지도해야 한다.

교권회복은 교원이 대접받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교원이 권위가 있을 때 학생들이 존경심이 생기고 교육이 바로 되기 때문에 교권은 학생을 위한 것이고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인식해야 한다. 올해 스승의 날을 기점으로 교원들이 주체가 되어 권위주의가 아닌 스승을 마음으로부터 존중하도록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가며 교원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을 받쳤다는 스승 된 보람을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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