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힘, 책의 힘

2012.08.22 11:58:00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모이는 대학교는?
38명이나 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교는?
97개나 되는 부속도서관과 무려 1,410만 권의 책을 소장한 대학교는?
루스벨트, 케네디를 비롯한 6명의 대통령과 헬렌 켈러,
록펠러, 빌 게이츠를 배출한 대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636년에 세워진 대학교는?
짐작하셨겠지만 하버드 대학입니다.
-<힘이 되는 고사성어> 박성철 지음 18~19쪽에서

다시, 가을 앞에서

어느 해보다 무더운 날씨와 열대야, 집중호우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여름이었지만 새벽 공기는 벌써 가을을 알리고 있습니다. 매미 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기운은 이불까지 찾게 하니까요.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여 인간의 힘으로 거부할 수 없음을 지난 여름은 알려주었습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을 선물합니다. 사람 또한 자연의 산물임을 망각하며 자연과 내가 따로인 것처럼 착각하지만 않으면, 인간만이 위대하다고 오만을 부리지 않으면 살아가는 게 좀 더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계절이 주는 선물입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되는 가을을 사랑합니다. '갈'것을 생각하라는 자연의 스승이 주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을이 반갑습니다. 인생의 사계에 비추어 본다면 가을은 장년이 아닐까 합니다. 평균 수명이 80세에 이른 현대인들의 기대 수명에 비추어 4등분을 해보면, 봄은 20세까지 여름은 40세까지, 가을은 60세, 겨울은 80세 쯤으로 어림하니 인디언 속담이 딱 들어맞습니다. 그들은 60을 산으로 가는 나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을 마무리 할 준비를 하며 산다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봄은 인생의 파종기요, 여름은 성장기, 가을은 열매 맺기이며, 겨울은 그 열매를 먹고 나누는 시기라고 보았을 때, 가을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며 자신의 열매를 수확하는 시기이니 사색의 계절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립니다. 이 때 그 사색을 돕고 도약하게 하는 지렛대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세상을 놀라게 하는 우발적이고 끔찍한 범죄가 많은 것도 책을 읽고 생각하는 삶을 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학교 교육이 끝나면 책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우리의 현실이 걱정입니다.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아 휴가를 가서 몸만 쉬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마음의 휴식을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도우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삶의 지혜와 보물이 담긴 선인들의 경험을 거울삼아 인생을 살아가는 팁으로 가장 손쉽고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휴가를 가기 전에도 어떤 책을 준비해서 읽고 올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보양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을 먹듯이 연중 책을 읽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계절보다 더 책을 가까이 하자는 뜻입니다. 사계절 내내 책을 읽어야 하지만 특히 가을에는 책에 심취해야 삭막한 겨울을 보내는 양식을 준비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이 담긴 지혜로운 금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폰에 빼앗긴 독서 시간 되찾아야

그런데 현실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텔레비전에 빼앗기는 시간이 독서 시간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제는 스마트 폰에, 카톡에 몰두하여 책과 멀어지고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물론 전자 책을 즐겨보는 학생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즐비한 스마트 폰을 덮고 책을 펼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치원생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중독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는 보도를 보아도 그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더구나 접하지 않아야 할 스팸 지식이 넘쳐나서 컴퓨터나 텔레비전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니 이제는 스마트 기기 교육이 시급합니다. 세상의 모든 기기들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 자제력을 길러 장점을 더 많이 취하게 하는 노력은 여전히 교육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가을이 되었지만 책보다는 스마트 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모습들이 더 많아 걱정스럽습니다. 심지어 상대방과 대화 중에도 식사 중에도 그걸 놓지 못하고 연신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일상이 되고 말았으니 그 손에 책을 들고 읽게 할 묘안이 필요합니다. 저는 스마트 폰의 기능 중에서 메모 기능을 가장 좋아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을 옮기거나 아무 때나 생각나는 글을 필기구나 메모장 없이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 기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좋은 도구를 좋은 용도로 활용하도록 수시로 교육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컴퓨터거 등장하면서 게임 중독을 염려했는데 이제는 스마트 폰 중독을 예방하는 일에 선생님이 다시 나서야 합니다.

서두에 인용한 하버드 대학의 힘을 도서관과 책의 힘으로 규정한 것은 결과론적이지만 현재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도서관과 책을 멀리하고 성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류 역사를 이끌어 온 소수의 사람들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독서광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이나 정약용, 이황, 이이를 비롯한 많은 위인들도 그렇습니다. 책은 마음을 바꾸게하는 위대한 힘을 지닌 가장 지혜로운 도구입니다. 그러기에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는 학교 교육이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 나라의 학생과 젊은이들이 스마트 폰의 중독에서 벗어나 좋은 책을 손에 들고 즐겨 읽는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학교 도서관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마치 컴퓨터를 일정 시간만 사용하기로 약속하듯, 스마트 폰도 긴급한 연락외에는 자기 스스로 일정 시간 사용을 자제하는 연습을 했으면 합니다. 켜 두되 접속하지 않는 자기통제력을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 가 보면 스마트 폰에 신경을 쓰느라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입니다. 수시로 문자를 보내느라 책을 제대로 읽지 목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풍경입니다. 책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 들어온 도서관에서조차 책에 몰입하지 못하는 진풍경은 슬프기조차 합니다. 책 내용에 몰입할 수 없으니 생각이 자랄 수 없고 진중하지 못하니 끝까지 책을 읽어내지도 못하며 참을성도 약해지는 것입니다.

이 가을에는 하버드 대학이 아니더라도 도서관을 찾아, 좋은 책을 찾아 스마트 폰을 꺼 두거나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카톡을 해제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책을 많이 읽고 사색하는 학생들을 많아 보았으면 합니다. 가상공간에서 함께 하지 못하면 외로움을 타거나 따돌림을 당할지도 몰라 카톡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에 파스칼은 인간이 불행한 까닭은 홀로 있지 못함이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고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므로 알곡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해야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식물들은 홀로 서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옆에 있는 것들에게 기대고 기생하여 성숙하지 않습니다. 한 포기의 배추도 사과나무도 스스로 홀로 뿌리를 내리고 가을을 준비하며 태양을 향해 서 있음을!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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