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지능 함양을 위한 제언

2012.11.28 18:07:00

인생이란 학교에는 '불행'이라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 그 스승 덕분에 우리는 더욱 단련되는 것이다. -프리체(러시아의 문예비평가)

융합시대의 키워드는 정서지능

현대는 극단적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다.  지금은 각자 개인 시대이며 철학이 없는 시대다. 사람들은 공허하거나 분노의 벽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히고 다른 사람마저 힘들게 한다.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무한질주의 대로에서 무조건 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달리기에서 스스로 느림을 선택하여 자기만의 속도로 걷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 먹은 어른들은 많으나 인생의 길을 가르쳐주는 스승은 부족한 시대이다. 세상이 너무나 급변하고 있으니 넘치는 정보를 감당하며 본을 보여줄 어른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차분히 길을 가르쳐 주어야 할 부모는 생존의 울타리에서 버벅대다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보니 자녀의 감정이나 정서를 돌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고 그 자신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늘 참아야 하고 울지 말아야 한다는 억압으로 자란 세대들이다. 그러니 부모조차 배우지 못한 감정처리 방법을 자식들에게 전수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화나 토론은 없고 비난과 삿대질이 넘쳐난다. 자신들의 의견이나 주장이 다르면 사람조차 적으로 몰아세우는 흑백논리가 판을 친다. '내 것' 과 '너의 것'이라는 두 단어만 못 썼어도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평화로웠을 것이다.' 라고 말한 아낙사고라스의 일갈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정책과 비전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며 보여주는 본질적인 모습은 찾기 힘들고 인신공격으로 난타전을 벌이며 국민들을 실망시키기 일쑤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교실을 힘들게 하는 일부의 모습이 전체인 양 보도되거나 왜곡되어 전달된다. 중재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고 감정싸움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이 아프다.

이제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추구하며 서로를 경쟁상대로 삼으며 달리는 방법으로는 함께 행복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 앞에 서게 되었다. 가난을 이기기 위해 질주해 온 삶의 그림자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된 것이다. 기계화된 인간이 행복에 이르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한 물질을 목표로 착각하고 달리다 맞이한 절벽 앞에 이르러서야 놓쳐버린 시간과 사랑을 그리워하는 드라마 같은 모습이 곧 자신임을!

이제라도 억누르며 돌보지 않고 살아온 부모 세대 정서교육의 맹점과 한계를 깨닫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감정처리 모습을 보고 학습하며 대물림한다. 슬퍼하거나 화내는 감정은 참아야 하거나 나쁜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누르고 부정하는 방법으로 꾹꾹 숨겨놓으며 자란 것이다. 소통과 공감을 받으며 대화로, 사랑으로 치유받지 못한 감정들은 오랜 동안 자라서 싹을 틔우며 사춘기에 이르면 자기자신이나 타인을 향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상담과정 연수를 받아보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사회 문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 받은 영혼들의 외침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앞만 보고 달리다 치유할 시기를 놓쳐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논리는 모두를 불행하게 하고, 그 상처는 돌아와서 나를 공격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함께 사는 시대의 논리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융합이다. 그것은 지능보다는 정서지능의 차원이다.

정서지능의 출현배경

정서지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지성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개념이다. 이것을 시초로 Thorndike가 사회적 지능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개념을 취급한 이후, 심리학자들이 IQ검사로 측정하는 능력이외의 다른 지능에 대해 꾸준히 연구한 끝에 '정서지능'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1980년대에 이르러 일부 교육학자들이 전통적인 지능검사에 대하여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지적하는 전통적인 지능검사의 한계점으로는, 지능검사가 학업 장면에서는 비교적 높은 예측을 보이지만, 사회적 성공 등은 잘 예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지능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연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정서지능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은 1990년 8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 98차 미국 심리학회의 연차대회의 한 심포지엄에서 Mayer 교수가 정서지능에 관한 발표를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서 경쟁에 바탕을 둔 양적인 성장이 추구되었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의 단계로 진입하였다. 즉 경쟁의 시대가 가고 협동과 공존의 새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사회는 협력과 전체의 복지를 고려할 줄 아는 사람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없다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그동안의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이 지적능력 향상에 치우쳐 있음을 반성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하거나 배려하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성폭력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힘들게 하는 모습들은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그러므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적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열과 용기, 도덕성과 신념과 같은 성숙한 정서와 감정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볼 때 IQ는 낮으나 EQ가 높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IQ는 높으나 EQ가 낮은 경우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성추문 검사의 사건이나 뇌물검사, 청렴지수가 높지 못한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 증거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의 장점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삶의 본질에 충실하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신념을 믿는다고 한다.)
1. 인성적으로 훌륭하고 자기주장이 확실하며 스트레스 상황을 잘 견딘다.
2. 퇴행이나 위축행동이 적으며 삶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정면으로 도전하며 자신감이 넘친다.
3. 독립적이며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주도적이다.
4. 열정과 기쁨으로 스스로를 동기화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방법들을 쉽게 발견한다.
5. 어려운 상황이나 고통의 감정에도 그대로 좌절하지 않는다.

정서지능의 발달 단계를 살펴보면,

1단계:  자기감정의 인식 단계로서, 이것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다. 왜 그렇게 느끼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룰 수 있고 정돈할 수 있다. 이 단계는 명상이나 묵상 훈련이 도움을 준다. 

2단계 : 자기감정의 조절 단계로서, 즐거움이나 분노와 같은 일차적인 감정 상태로부터 유발되기 쉬운 직설적인 행동을 유머나 반어법과 같은 후천적으로 습득된 교양 있는 행동양식으로 대체하는 단계이다. 그러기에 플라톤은 '자제는 최대의 승리이다.'라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든지 화낼 수 있다. 그러나 합당한 대상에게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적절하게 화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라며 자기감정 조절 능력을 인격 수준으로 보았다.

3단계 : 자기동기의 부여 단계로서,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인데 이것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능력,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능력이다. 니체의 표현을 빌면, '나는 역경을 견디는 의지와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감정으로 승화시킬 줄 아느냐로 사람을 평가한다.'로 정의할 수 있다.

4단계 : 타인 감정 파악 단계로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오늘날 많은 문제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고 자기만 앞세우는 데서 발생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은 타인과의 감정 이입 능력을 말한다. 상대에게 집중하여 경청하려는 자세, 말로 표현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까지도 파악하려는 노력에서부터 비롯된다. 진정성과 소통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세네카의 표현을 빌면,'서로 말없이 이해하는 것은 진실 된 우정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5단계 :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단계로서, 이것은 상대방과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인생의 구경꾼으로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세상살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다. 그러나 혼자만 잘살고 베풀기에 인색한 사람은 비윤리적인 사람으로서 3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3단계에서 4단계로 진입하는 진통 중이다.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책임으로 느끼는 단계이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연구팀은 각종 실험을 통해 책임감이 높고 남을 배려하며,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무심코 저지른 행동마저도 타인의 고통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죄책감을 감성을 넘은 지성의 수준으로 보았다. 테레사 수녀를 비롯한 훌륭한 지성의 소유자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책임으로 느끼는 죄책감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로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했으며 이 나라의 곳곳에서 아픔이 있는 곳에 달려가 함께 눈물 흘리는 숨은 봉사자들이 바로 5단계이리라. 우리 교육의 지향점이 바로 5단계 수준이어야 성숙한 가정과 학교, 사회가 되리라. 5단계를 실천하거나 진입한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리더가 되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정서지능 함양을 위한 교수학습법 시급

이제는 교사와 학생, 미래의 부모와 자녀 모두를 위한 정서지능 향상을 위한 교수학습법을 적용하는 연수과정도 시급하고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정서지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토론하거나 가치갈등 수업을 많이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때라고 생각한다.
 
'일 년을 생각한다면, 씨앗을 심어라, 십 년을 생각한다면 나무를 심어라, 백 년을 생각한다면 사람을 가르쳐라.'는 공자님 말씀에 하나 더 붙이면, "세상을 행복하게 하려면 정서지능부터 가르쳐라" 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배움과 지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사회 문제보다 감정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가정문제 학교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그 정신적 스트레스와 손해를 물리적으로 따진다면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통일도 어려운데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역시 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가장 힘들 때일수록 멀리 가는 힘의 원천은 늘 교육에 있었다. 이제 교육은 '무한리필'시대다. 선생님이 희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밤이 깊을수록 별빛이 더욱 찬란하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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