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풍광이 인재를 키웠다

2012.12.04 17:38:00

예전에는 스승과 부모의 은혜를 똑같이 여겼다. 그런데 물질문명과 빠른 변화가 학생이 스승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세상을 만들었다.

‘그림자도 밟지 마라'고 가르치며 스승을 섬겼던 선조들의 교육방법에 인성교육이 들어있다.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 김홍도의 그림 ‘서당’에 회초리와 울고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 당시의 회초리는 지식을 깨우치고 인간의 법도를 가르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엄한 교육이 인성(人性)을 바르게 했다. 옛날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회초리를 만들던 물푸레나무에 큰 절을 했다. 회초리로 나태와 나약함을 일깨워준 사람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을 배웠다.

요즘 느림을 추구하는 슬로시티가 대세다.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풍경과 마주하면 한가롭고 여유롭게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면 마음이 넉넉해져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오성과 한음에서 보듯 서당과 서원의 교육은 엄했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겼다. 대청호 주변에 지역의 인재들을 키운 예전의 교육기관들이 많다. 그중 금강의 물가에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이지당, 독락정, 한천정사를 찾아간다.


4번 국도 옥천로에서 이백6길로 접어들어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지나면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의 소옥천 물가에 이지당(충북유형문화재 제42호)이 있다. 나무계단 숲길의 이지당(二止堂) 글씨가 선명한 바위에서 바라보면 누각의 일부가 보인다.

이지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청주읍성을 수복하고 금산전투에서 700의병과 장렬히 순국한 중봉 조헌이 제자들을 가르쳤고, 후에 우암 송시열이 이 고장의 영재들을 교육하여 인재를 많이 배출한 서당이다.

처음에는 각신서당이었는데 우암 송시열이 ‘산이 높으면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는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의 끝 글자 ‘지(止)’자를 따서 이지당이라 이름을 고치고 현판을 써서 걸었다.

지금의 건물은 1901년에 다시 건축한 팔작지붕 목조 집으로 6칸의 강당과 누각이 있고 높은 단 위에 누마루를 두고 주변에 난간을 둘렀다. 누각에 오르면 뒤편의 산과 하나 되는 기와지붕, 마당 끝에서 물길로 몸통을 눕힌 고목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소옥천의 물길이 만든 추소리의 부소담악은 이곳에 머물던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했을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이지당에서 37번 국도와 575번 지방도를 승용차로 30여분 달리면 안남면 연주리의 독락정(충북문화재자료 제23호)에 도착한다. 독락정은 절충장군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1607년에 세운 팔작지붕 목조기와집으로 처음에는 정자로 지었지만 후에 유생들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서원 구실을 하였다.

정자에 1668년 당시 군수였던 심후의 ‘독락정(獨樂亭)’ 현판이 걸려 있고, 뒤쪽의 둔주봉은 바위산이 병풍처럼 솟아 있으며, 앞쪽의 물줄기와 산줄기가 용이 춤을 추며 승천하는 형상이라 선비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독락정 앞 냇가에서 물길 건너편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뒤편의 둔주봉에 오르면 강원도 영월의 선암마을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과 동서가 바뀐 지형이 조망된다. 경상도와 강원도가 왼쪽, 전라도와 충청도가 오른쪽에 위치한 반전에서 스릴이 느껴진다.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4㎞거리인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의 초강천 물가로 가면 한천정사(寒泉精舍)가 우뚝 솟아 있는 월류봉을 바라보고 있다.

한천정사(충북문화재자료 제28호)는 우암 송시열이 은거생활을 하며 학문연구에 힘썼고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했던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기와집이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쪽 끝에 온돌방을 두고, 전면에는 툇마루를 놓았으며, 자연석 주춧돌 위에 네모기둥을 세웠다. 서원철폐령으로 우암을 배향하는 한천서원이 철거된 후 후학들이 새로 건립하였다.

한천정사 앞에 1875년 후손과 유림들이 건립한 송우암 유허비(충청북도기념물 제46호)가 목조 비각 안에 서있다. 유허비는 우암이 서재를 짓고 강학하던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받침돌 위에 비를 세우고 머릿돌을 올린 모습으로 비의 앞면에 ‘우암송선생유허비’라 새겨 놓았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있는 높은 절벽, 절벽 위에 날아갈 듯이 앉아있는 정자, 정자 밑 층암절벽을 휘감아 도는 맑은 물이 어우러지며 만든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다. 달님도 쉬어간다는 월류봉 일대의 절묘한 산수가 양산팔경과 함께 영동을 대표하는 한천팔경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공부했던 학동들과 자연 친화적 삶을 누리며 오순도순 정을 나눴던 옛 사람들이 그립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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