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만에 베일 벗은 '옹도'

2013.06.10 14:31:00

요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옹도’를 아는가? 태안군 근흥면에 서해바다로 발가락을 쑥 내민 안흥 외항이 있다.

안흥하면 강원도 횡성의 안흥찐빵부터 생각하기 쉽다. 서해안에서 오징어가 잡힌다고? 태안의 안흥은 제법 규모가 큰 포구로 한때는 오징어잡이 배가 불야성을 이루고, 오징어 축제를 하며 오징어는 동해안에서만 잡힌다는 통념을 깬 곳이다.

옹도는 태안반도의 신진도(안흥 외항)에서 약 12km, 유람선으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서해바다의 등불이다. 또한 섬의 모양이 옹기가 옆으로 누운 모습과 같다고 해서 ‘옹도’라 이름 붙여진 면적 0.17㎢의 작은 무인도다.

이곳 정상에 서해안의 대산, 인천, 평택항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도와주기 위해 1907년 1월부터 유인등대로 불을 밝힌 옹도 등대가 있다. 2007년 옹도 등대가 우리나라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선정되며 등탑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의 환상적인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태안 앞바다를 오가는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도우며 106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견딘 ‘옹도 등대’가 106년 만에 베일을 벗고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했다. 지난 일요일(6월 2일), 페이스북으로 신청한 민간인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옹도 등대 체험 행사가 열렸다.


안흥 외항에 도착해 유람선 선착장으로 갔다. 매표소 앞은 무료 승선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뤘다. 체험 행사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유람선 입구에서 맞이한다.

오후 1시 30분,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길게 경적을 울리며 안개를 뚫고 옹도를 향해 출항한다. 방파제를 벗어나자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려고 갈매기들이 유람선 주위를 맴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설렘이 크다. SBS와 TJB의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관광객들의 들뜬 마음과 기쁜 표정을 빠트리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가마우지와 물개들의 낙원인 정족도, 가의도와 단도가 슬며시 다가왔다 멀어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안개 속에서 미지의 옹도가 눈앞에 나타났다. 가까이 갈수록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등대의 모습이 늠름하고 위풍당당해 옹도를 등대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한다.



정식으로 개방하기 전 가족 모두가 자연환경이 때 묻지 않은 옹도에 발을 들여놓는 것도 의미가 큰데 내가 유람선에서 첫 번째 손님으로 내려 감동이 남달랐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방파제로 올라서니 진태구 태안군수님이 친절하게 손을 잡아주며 반갑게 맞이한다.

첫 개방에 걸맞은 방송을 준비하느라 리포터들이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한다. 쑥스러움이 많은 큰아들 내외의 인터뷰 내용이 6월 3일 SBS의 생방송투데이, 갑판에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내 모습이 TJB의 아침뉴스에 4번이나 나와 우리 가족 모두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줬다.


경사가 급한 등대와 바닷가를 편하게 오르내리도록 나무계단으로 탐방로를 만들었다. 전망대, 바닷가의 암석, 동백꽃 모양의 쉼터, 옹기 조형물, 사약초로 불리는 천남성 등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작은 섬 옹도에 볼거리가 많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옹도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천남성이 사약을 만드는 독성식물이라며 손으로 만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동백나무가 터널처럼 그늘을 만든 계단길 앞으로 등대가 보인다.




'옹도 등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써있는 문구가 입구에서 맞이한다. 높이 25.4m의 등대, 대형 옹기 조형물, 옹도 등대 점등 100주년 기념 표석, 바람개비 조형물, 등대기념관을 둘러본다. 동쪽 바닷가로 나가면 기암괴석과 물개 조형물 등 멋진 풍경이 기다린다.

안개나 연무로 시계가 불량할 때 종을 쳐서 등대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무종(霧鐘)이다. 해무가 수시로 바닷가와 등대를 감추자 뱃고동처럼 등대에서 신호음이 자주 울린다. 특별한 곳에 왔으니 등대에 대한 공부도 한다. 항해자가 멀리서 식별할 수 있도록 유인등대나 무인등대는 백색이며 불빛도 백색이다. 또한 항해자가 어느 등대의 불빛인지 알 수 있도록 등대마다 불빛의 색과 깜빡이는 주기가 다르다.




등대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다 보면 풍경이 아름다운 선착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바닷가에 멋진 바위들이 많다. 선착장을 떠난 유람선이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다른 옹도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은 유람선이 단도를 지나면 40가구 60여명이 살고 있는 가의도가 나타난다. 옛날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이곳으로 피신해 가의도가 되었다거나 신진도에서 보면 가의도가 서쪽의 가장자리에 있어 가의섬이라고 하였다는 설이 전해온다. 가의도는 태안6쪽 마늘 우량종자 생산지로 눈 크게 뜨면 마을 가운데에 서있는 600년 된 은행나무를 유람선에서 볼 수 있다.


태안 앞바다는 아름다운 해안에 기암괴석이 많아 오래 전부터 해상관광지로 유명하다. 안흥 외항에서 옹도를 오가며 코끼리바위(독립문바위), 사자바위, 코바위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도는 신진도와 마주보고 있는 작은 섬으로 섬의 생김새가 달리는 말처럼 보인다. 이곳은 물살이 세서 배가 많이 침몰한 해역으로 도자기 등의 유물이 많이 발굴되고 있다.

멀리 안흥 외항이 보인다. 양쪽 방파제 끝에 1개씩 서있는 무인등대(방파제등대)를 자세히 관찰해본다. 바다 방향에서 봤을 때 왼쪽은 흰색등대(불빛은 녹색), 오른쪽은 적색등대(불빛도 적색)가 서있다. 유람선이 안흥 외항에 도착한다. 수온이 높아지며 사라진 오징어잡이 배 대신 꽃게잡이 배들이 항구에 가득하다.


뛰어난 경관을 맘껏 즐기는 것만큼이나 소중한 게 있다. 옹도는 소중한 자연을 잘 보호하기 위해 하루에 300명 이내의 관광객만 입장시킨다. 승선료 2만3천원에 해상유람과 옹도에서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옹도 개방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안흥 외항으로 가는 길에 '제18회 바다의 날 축제'가 열리고 있는 만리포해수욕장과 모항항에도 들렸다. 행사장인 만리포해변으로 나가니 짙은 해무가 바다에 설치한 깃발과 바다수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을 감췄다. 수영대회에 참가한 일반 선수들은 가수 윤수일씨가 직접 부르는 아파트와 만리포사랑을 들은 후 댄스스포츠 강사와 함께 신나게 몸을 풀었지만 코스를 돌며 시범을 보여줄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은 바람이 찬 바다에서 해무가 걷히길 기다리느라 많이 떨었다.

인근의 모항항은 싱싱한 수산물로 제2회 수산물 축제를 개최했다. 특히 모항항의 싱싱한 해삼은 최고의 강장식품으로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다. 축제 기간이라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포구 주변의 풍경은 한적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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