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사'가 주는 교훈

2014.02.10 10:24:00

누구든지 중학교 시절 김동인의 ‘광화사’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생각들로 가득찰 것이다. 이번엔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많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배울 점도 있었다. '광화사'가 주는 교훈을 짚어보겠다.

먼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추한 얼굴의 결함으로 인해 세상과 거리를 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 결함 없는 사람은 없다. 약점 없는 사람은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주어진 대로 살아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은 자신을 포기한 삶과 마찬가지다. 결함이 있으면 그 반면에 엄청난 장점도 있음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광화사’의 주인공 ‘솔거’는 세상에 보기 드문 추악한 얼굴을 지녔다. ‘코가 질병자루 같다. 눈이 퉁방울 같다. 귀가 박죽 같다. 입이 나발통 같다. 얼굴이 두꺼비 같다.’ 얼굴을 형용하는 온갖 형용사를 한 얼굴을 지닌 흉한 얼굴을 가졌다. 두 번이나 결혼을 했지만 그 못난 얼굴 때문에 결혼에 실패하고 말았다.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그 얼굴로 당당하게 살아갔더라면 남이 가지지 못한 천재적인 화가의 소질로 인해 남부럽지 않는, 빛나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솔거가 선택한 것은 세상 사람들과의 거리를 둠이었다. 화도(畵道)에 정진하기 위해 백악의 숲속에 조그마한 오막살이를 하나 틀고 거기 숨은 지 근 삼십 년, 생필품, 그림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부득이 거리에 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반드시 밤을 택하였다. 낮에 나갈 때는 방립을 쓰고 그 위에 얼굴을 베로 가리었다.

‘솔거’의 세상 사람과의 거리를 둔 것이 결국 성격의 결함으로 이어졌다. 오직 외곬로 흐르고 말았다. 고집이 강해졌다. 광폭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자신의 모습 그래도 당당하게 살았더라면 이렇게 성격적으로 비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결함 때문에 낙심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되고 함께 어울려,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러면 자기가 타고난 화가의 천재성을 살려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것이었다. ‘세상은 자기에게 아내를 주지 않는다. 보면 한 마리의 곤충, 한 마리의 날질승도 각기 짝을 찾아 즐기고, 짝을 찾아 좋아하거늘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짝 없이 오십 년을 보냈다 하는 데 대한 불만이 일어났다.’ 이렇게 해서 미인상 제작에 열정을 바치게 된 것이다. 동기가 순수해야 아름다운 작품이 나온다. 무엇을 하든 동기가 순수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남에게 유익을 주고 남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어야 결과도 좋아진다.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 만족하는 자세, 자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울 점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미인상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이유가 다음 구절에서 잘 표현된다. ‘사십 여년 전의 어머니의 사랑의 아름다운 얼굴이 때때로 몸서리치도록 그리웠다. 커다란 눈에 그득히 담긴 눈물, 그러면서도 동경과 애무로서 빛나던 눈, 입가에 떠오르던 미소. 이걸 그리고 싶었다.’ 얼마나 동기가 아름다운지 모른다. 추한 얼굴로 태어난 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알 리가 없다. 불만이 가득한 이에게 어머니의 그리움이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솔거’는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있었고,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우리 모두가 지녀야 할 것 같고 이것을 학생들에게도 잘 가르치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솔거’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아름다운 미인상을 만들어 내는 게 꿈이었다. 완성된 그림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꿈을 이루어내었다. 꿈을 가슴에 품으면 그 때부터 꿈이 자라기 시작한다. 나아가서는 그 꿈이 어떤 형태든 이루어진다. 꿈이 있는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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