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대천과 무창포, 홍원항과 마량포구

2014.03.10 13:30:00

자유인으로 시간에 구속받을 일이 없으니 여행도 홀가분하다. 3월 4, 5일 서해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의 고마움을 갚으려고 처형 내외를 모시고 떠난 여행이라 더 여유롭고 편했다. 오가는 차안이나 여행지와 식당에서 대화도 많이 나눴다.

이틀 동안 여행했던 청양의 천장호와 칠갑산광장휴게소, 보령의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서천의 홍원항과 마량포구를 사진으로 뒤돌아본다.


정산면 소재지에서 36번 국도를 달리면 마치고개 왼쪽에 칠갑산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끝에 서있는 이정표가 안내하는 대로 왼쪽 산길을 내려서면 청양명승 10선으로 꼽힐 만큼 절경을 자랑하는 도립공원 천장호가 있다. 이곳에 국내에서 가장 길이가 긴 207m의 천장호 출렁다리가 있다.

급수대 위의 붉은 고추가 입구에서 맞이하는 천장호의 출렁다리를 건너면 출렁거림이 50㎝나 되어 스릴이 느껴진다. 청양의 특산물인 고추, 용과 호랑이의 조형물도 구경거리다. 다리에서 300여m 거리에 '정성을 다해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는 용호장군잉태바위(남근바위)가 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노래 때문에 더 유명해진 칠갑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지만 깊고 웅장한 산세를 보여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한 청양의 진산이다. 칠갑산(七甲山)의 이름은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칠(七)과 육십갑자의 첫 글자인 갑(甲)자에서 따왔다. 충청도에 있는 일곱 개의 명당이 이곳에 다 모여 있다고 한다.

대치터널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구불구불 옛길을 따라가면 산중턱의 칠갑산광장휴게소에서 ‘칠갑산 노래’가 흘러나온다. 휴게소 주변에 콩밭 매는 아낙네상, 칠갑산 노래비, 최익현선생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칠갑산천문대스타파크가 가깝고 1시간이면 칠갑산 정상(높이 561m)에 도착한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손에 꼭 움켜쥐고만 있는 것도 잘하는 게 아니다. 가끔은 주머니를 풀 줄도 알아야 한다.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자리라 아까운 게 없다. 대천해수욕장의 대천가자조개구이(041-933-8882)에서 푸짐하게 차려진 스페셜회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해안 해수욕장 중 최고의 피서지이자 머드축제로 국제적 관광명소가 된 대천해수욕장에 들렀다. 젊음과 낭만이 어우러진 백사장의 길이가 3.5km나 되다보니 시민탑광장, 머드광장, 분수광장으로 구역을 나눠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대천해수욕장은 울창한 솔숲, 청결한 백사장, 완만한 수심이 아늑한 휴양지를 만든다.

아직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는 시기가 아니라 한가해서 여유를 누리기에 좋다. 바닷바람이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불어온다. 날씨도 해변을 거닐며 추억을 떠올리고 낭만을 찾기에 좋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도 보인다. 우리도 기념사진을 몇 장 남겼다.






대천해수욕장을 나와 남포방조제와 죽도보물섬관광지를 지나며 무창포로 간다.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 소재 무창포해수욕장은 보령 8경 중 으뜸으로 꼽힐 만큼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또 방파제를 걸으며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빨간 등대를 보는 것도 일품이다. 무창포해수욕장의 '바닷길 열림 상징탑'도 구경거리다.

무창포는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한 3, 4일간 해변에서부터 석대도까지 폭 20여m, 길이 1.5km의 바닷길이 열린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로 불리는 바다 갈라짐은 썰물 때 주위보다 높은 해저지형이 일시적으로 바닷물 위로 드러나며 마치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오후 1시 30분경까지 2시간여 동안 무창포해수욕장의 바다가 바닥을 드러냈다. 부지런히 굴을 따거나 조개를 줍는 사람, 낙지를 잡으려고 삽으로 갯벌을 파내는 사람도 있다. 여름 같으면 석대도까지 관광객들이 넘쳐났겠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라 사람들이 적었다.


다시 남쪽의 서천으로 달려 부사방조제를 지나면 서쪽으로 고개를 내민 반도의 끝에 홍원항과 마량포구가 있다.

항구는 크면 큰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그 나름대로의 운치와 멋이 있다. 홍원항의 매력은 방파제와 등대가 주는 서정성에 있다. 포구에 들어서면 방파제 아래로 수십 척의 어선들이 늘어서 있다. 횟집마다 갓 잡아온 수산물이 풍부한 홍원항은 낭만이 넘치는 맛의 항구다. 방파제 끝 등대에서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이곳에서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대하·꽃게·전어축제가 열린다. 이날 마음씨 좋은 미경이네(010-7669-0680) 덕분에 주꾸미와 새조개를 실컷 먹으며 봄의 미각을 돋웠다.


특이한 지리적 조건에 의해 서해안에서도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 당진의 왜목마을과 서천의 마량포구가 그런 곳이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두 곳 모두 갈고리처럼 툭 튀어나온 부분의 끝에 위치하고, 삐죽 나와 아래로 휘어진 육지가 동쪽을 향하고 있다. 마량포구는 양쪽에 광활한 수평선을 거느리고 있어 앉은 자리에서 등만 돌리면 일몰까지 볼 수 있다.

포구의 바닷가에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를 기념하는 비가 나란히 서있다. 순조실록 19권과 1818년 출간된 한국 서해안 항해기에 ‘1816년 영국 정부로부터 훈령을 받고 한국 서해안 일대를 탐사하던 중 9월 5일 마량진 앞 갈곶에 들러 첨사 조대복에게 최초로 성경을 전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교회 발전의 역사적 출발선이 된 마량리 성경 전래 사건을 기념해 이곳을 성역화 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고깃배들이 정겹게 다가오는 곳이 마량포구다. 어선주위로 물새들이 떼를 지어 날고 있다. 봄이면 해마다 붉은 꽃을 피워내는 동백정, 세계적인 희귀 어종 등 15만여 점의 바다동물이 전시되어 있는 서천해양박물관, 모래사장이 단단해 자동차를 타고 낙조를 즐길 수 있는 춘장대해수욕장이 가까이에 있다.

홍원항과 마량포구의 방파제 너머로 연기가 치솟아 걱정했는데 다음날 매스컴에서 '5일 오후 2시 25분께 충남 보령시 웅천읍 소황리 통달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잡목과 임야 등 28㏊를 태운 뒤 6일 오후 3시 50분께 완전 진화됐다.'고 소개하며 봄철 불조심의 중요성을 알렸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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