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같은 선생님

2014.06.11 14:27:00

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물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물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물이 있음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물 때문에 늘 생기를 얻을 수 있다.

물의 속성은 자연스러움이고 겸손함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가장 좋은 것이 물이다. 가장 행복한 삶은 물과 같은 삶이다. 가장 바른 선생님의 자세가 물과 같은 자세다. 물은 언제나 남에게 유익을 준다. 물은 언제나 자신을 낮춘다. 물은 언제나 넓은 품을 품는다.

또 다른 물의 속성이 하나 있다.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능히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 어떤 것도 물과 바꿀 것이 없다. 도덕경 78장에 나오는 말이다.

연하고 부드러우면 보기는 애처로워 보여도 실상은 더욱 굳세고 강하다. 천하의 가장 부드러운 물이 천하의 가장 단단한 바위를 향하여 돌진한다. 강한 바위를 이기는 것은 물밖에 없다. 계란도, 사람의 강한 힘, 말(言). 재물, 권력 그 어떤 것을 가지고도 이길 수 없다. 돌진할 수 없다. 무모하게 돌진해도 상처만 입고 결국 피해를 입고 만다.

군사가 아무리 강해도 교만하면 승리하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있고 유약한 것은 위에 있다. 강한 것 좋아하면 탈난다. 굳은 것 좋아하면 문제가 된다. 유약한 자에게 더욱 친근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언제나 살아 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강하고 굳센 자를 좋아하지 말고 유약한 자를 가까이 함이 자기에게 행복이 된다.

부드러우면 오래간다. 나에게 늘 평온함을 주게 된다. 사람들은 폭신한 베개를 좋아한다. 평온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볍고 부드러운 이불을 좋아한다. 촉감이 좋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을 가진 자는 행복한 자다.

굳은 말, 굳센 말, 강한 말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갈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목에 힘이 들어가는 말은 순간적인 효과는 볼 수 있어도 오래갈 수 없다. 부드러운 말, 온화한 말, 따뜻한 말이 사람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 부드러워야 오래간다. 강한 것 좋아할 필요가 없다. 호통 치는 말, 화를 버럭 내며, 조급증을 나타내는 말은 효과도 없고 언제나 죽은 말이 되고 만다. 살아있는 말은 부드러운 말이다. 새기면 새길수록 진가가 나는 말이 좋은 말이고 살아있는 말이고 오래가는 말이고 효과를 주는 말이 된다.

노자는 “백성들이 가볍게 죽어 가는 것은 군주가 삶을 추구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백성들이 가볍게 죽어가는 것이다”고 하였다. 군주뿐만 아니라 지도자급에 있는 이는 언제나 지나친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내가 굳세다고, 내가 강하다고 그 힘을 발휘하려고 하면 그 아래 따르는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죽어가고 만다.

물속에 있는 개구리에게 온도를 서서히 가하면 처음에는 따뜻하다고 여기면서 편안하게 지내지만 자꾸 온도를 높이면 결국 개구리는 죽고 만다. 온도를 자꾸 높인다는 것은 자기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고 강하고 굳센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삶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불행한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모진 것을 이기는 것을 천하에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물과 같은 삶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누가 봐도 힘이 없다. 약해 보인다. 애처로워 보인다. 그래도 바위를 이길 수 있고 쇠를 녹일 수 있다. 돌과 같은 심정을 가진 사람도 녹일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이는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사방에서 우리를 우겨 싸고 힘들게 해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 참고 견디면 된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된다. 물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물과 같은 선생님이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약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지 말고 언제나 물과 같은 삶을 살면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이고 보람을 느끼는 삶이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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