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이국땅, 안산다문화거리를 가다

2014.09.22 18:06:00

굳이 동남아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좋다. 그들의 문화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원과 붙은 안산다문화거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동남아의 음식 맛을 보려면 수원역앞 역전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안산을 찾았다. 안산다문화거리를 찾아가는 방법은 자가용을 이용해도 되고 대중교통으로 수도권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하차할 곳은 안산역. 이 역 맞은 편에 안산다문화거리가 있다.

간판 하나가 보인다. 안산조선족교회. 그러니까 중국에서 온 조선족들이 다니는 교회인가 보다. 이국땅에서 종교의 힘으로, 정신적 믿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안내도를 보니 중국예수중심교회도 있다.




이 다문화거리의 특징 하나. 한국어 간판보다 외국어 간판이 더 많다. 아니다. 한국어 간판을 보기 힘들다. 한글 간판은 가끔 보인다. 여기 있는 외국어 간판은 한국인들은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거리는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을 위한 거리다.

2층에 노래방 간판이 보인다. 유리창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국기가 보인다. 그러니까 이 곳은 다국적 노래방이다. 이들이 이 곳에 들어와 한국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 나라의 노래를 부르며 향수룰 달래는 것.

본격적으로 길거리 탐사에 나섰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는 이 다문화거리가 이곳 주민들의 일거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줄 알았다. 그런데 도로 앙편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니다. 벌써 그들이 이 곳의 상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길거리 좌판에 내 놓은 음식을 보니 개고기, 닭고기 등이 보이는데 특정 부위를 분리하여 요리한 것이다. 음식물 색깔이 너무 붉고 자극적이어서 한국인에게는 ‘아니다’ 싶다. 그러나 빵류나 튀김 요리는 우리 한국인들이 먹는 것과 별차이가 없다.

과일도 열대과일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가 동남아 여행을 갔을 때 그 곳 시장에서 내다 파는 과일을 생각하면 된다. 커다란 밤송이처럼 생긴 것은 ‘두리안’이라는 과일인데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고 한국 물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도나 과일 등은 우리 한국산이다.

이 곳에서 파는 의류 가격을 살펴 보았다. 청바지가 5천원에서 1만원, 1만 5천원 정도이다. 티셔츠나 작업복은 5천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중고품도 보이는데 깨끗이 세탁되어 있어 있다. 우리나라 이름 있는 회사의 마크가 그대로 붙어 있는 작업복도 보인다.

만남의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이 곳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조형물도 있고 파출소도 있다. 두 개의 팀이 동그랗게 모여 배구룰 즐기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배드민턴장에서 편을 갈라 제기를 차고 있다. 족구 형식인데 사용되는 것이 제기다. 3명 1조인데 여성이 1명 들어가 있다. 이 곳만의 새로운 풍속이다.

이 곳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를 다녀보았다. 한국어를 듣기 어렵다. 또 한국인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간판도 90% 이상이 외국어 간판이다. 한국 속 이국땅인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새로운 여행 코스가 될 수 있다. 한국 속에서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안산시에서 다문화거리를 20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소식도 들린다. 이 곳에는 다방이 70여 곳 있다고 한다. 노래방까지 포함하면 150여 곳이 되는데 성매매로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문화의 모습뿐 아니라 다문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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