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연필등대와 달아항의 일몰

2015.01.13 10:50:00

1월 7일, 사진동호회 설레임 회원들과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에 다녀왔다. 원래의 목적지는 덕유산이었다. 청주시립도서관에서 만난 9명의 회원이 렌터카를 타고 8시 10분 무주로 향했다.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르고 차안에서 커피, 초콜릿 등 맛있는 것도 먹었다. ‘하하 호호’ 즐거워하면서 10시경 덕유산리조트에 도착할 때만 해도 뒤에 일들이 연속적으로 꼬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곤돌라로 설천봉까지 올라간 후 정상인 향적봉을 지나 중봉까지 다녀오며 상고대와 주목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강풍 때문에 곤돌라 운행이 정지된 상태였다. 우려했던 일이 눈앞에 닥치니 막막한데 오후가 되어야 운행여부를 알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할 수 없이 목적지를 통영의 미륵산으로 바꿨다. 어떻든 여행은 가슴이 설레게 한다. 차창 밖으로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통영 시내를 지나 미륵도의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로 갔다. 아뿔싸, 이곳도 케이블카가 운행되지 않았다. 케이블카로 미륵산에 올라 통영항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무산되어 아쉬웠다. 차를 돌려 시내로 들어가 서호시장을 구경하고 점심 먹을 횟집을 물색했다. 바다가 잘 보이는 횟집을 찾아 다시 미륵도의 통영유람선터미널로 갔다. 오락가락하며 시간을 보내고 늦게야 자리를 잡았지만 멋진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회를 맛있게 먹었다.




어차피 처음 계획과 어긋난 여행이다. 주변의 여행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횟집을 나와 바닷가 길을 따라 통영유람선터미널 앞 도남항을 돌아봤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에서 가까운 도남항에 언뜻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연필 모양의 등대가 있다. 연필등대에 유치환의 깃발, 김춘수의 꽃, 김상옥의 봉선화 같은 명작들이 각인되어 있는데 통영이 배출한 문인들의 업적을 기념하고, 이러한 에너지가 밝은 불빛을 뿜어내며 후세에게 바른 길을 비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 옆으로 연필등대까지 걸어갈 수 있다.






도남항 옆으로 보이는 큰 건물이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와 통영국제음악당이다.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 앞 바다에 요트들이 줄지어 떠있는 모습도 볼거리다. 크고 작은 유람선과 어선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하고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와 통영국제음악당 뒤편의 바닷가로 가면 한산대첩의 중심지였던 한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산양일주로에서 다도해의 절경을 즐기며 드라이브를 했다. 미륵도 최남단 해안가에 국내 최고의 일몰을 자랑하는 달아공원이 있다. 코끼리 어금니를 닮은 지형 때문에 ‘달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달아공원 못미처에 있는 달아항의 일몰도 감동적이다.

달아항의 일몰을 담고 어둠속을 숨가쁘게 달려 청주에 도착했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해장국집으로 간다는 게 한참을 걷다가 결국 택시까지 탔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던 하루였지만 그 덕에 세상만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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