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바라보며

2015.02.06 14:08:00

오는 3월 11일에 실시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혼탁양상이 심각해져 국민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에게 억 단위의 금품을 주고 사퇴를 종용하거나 돈 봉투를 돌리며 조합원을 매수하는 등 그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조합장에 당선만 되면 지방자치단체장에 버금가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포터는 지역 농협 조합원으로서 이번 조합장선거를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마도 리포터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장래희망을 적어내라며 우리들에게 종이 한 장씩을 주셨다. 그때 리포터는 망설임 없이 바로 의사가 되겠다고 써 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리포터가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심한 횟배를 앓고 있었다. 그 무렵 모든 농촌이 그렇듯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때문에 각 농가에서는 인분을 사용하여 채소와 곡식을 길렀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몸속에 기생충을 지니고 살았다. 나 또한 기생충으로 몹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배가 체한 듯이 살살 아려오면서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등 그 고통은 어린나이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매일 횟배를 앓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는 시내 약국에 가서 회충약을 사오셨다. 껌 크기 정도가 되는 밀크과자 모양을 한 연분홍색 알약이었다. 그 알약 두 알을 먹고 잤더니 다음날 아침이 되자 항문이 근질근질하며 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아이고 얘야, 회충이 나오려나보다. 밭에다 눠라.” 어머니 말씀대로 밭에 나가 변을 보니 변은 별로 없고 국수사리 같은 허연 회충덩어리가 통째로 나와 있었다. 그것을 목격한 어머니께서 이제는 횟배가 다 나았다며 크게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부터 리포터는 의사가 되어 나처럼 아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고쳐줘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폐일언하고 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2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간 후보자등록이 끝나고 나면 13일 동안 선거운동을 한 뒤 3월 11일에 투표가 실시된다. 리포터는 주변에 있는 여러 예상 후보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아직도 여전히 불법적인 선거운동이 우리사회에 도사리고 있음에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조합 자체적으로 치르던 조합장선거가 올해부터 국가의 막대한 지원과 조합의 경비를 들여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도와 감독으로 치러지는 만큼 반드시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종래의 돈 선거, 불법과 탈법 선거를 일소하여야 한다. 마치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사 오신 알약 두 개로 회충덩어리를 말끔히 제거했던 것처럼 리포터는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으로서 강력한 회충약 같은 역할을 하리라 다짐해 본다.

얼마 전 읽은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미국 국무장관이 그 지역 시장으로부터 50달러의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이유인즉,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국무장관이면 정말 엄청난 힘과 권력을 지닌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바쁘기는 얼마나 바쁠 것인가. 집에서 자고 나올 시간도 없을 정도로 공사가 다망할 것이다. 그런 국무장관에게 시장은 가차 없이 벌금 고지서를 부과했다. 이런 것이 바로 선진국이며 민주주의란 생각이 든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이런 민주주의 꽃이 만개하려면 반드시 공명선거가 뒷받침되어야한다. 아무리 인덕이 훌륭하고 능력이 출중해도 불법 탈법으로 당선되면 그 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지금 당장 권력과 자리가 탐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려는 후보가 있다면 법의 지엄함과 국민의 날카로운 감시의 눈빛이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동수 교사/수필가/여행작가/시민기자/EBS Q&A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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