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의 주인은 누구인가?

2015.05.09 00:10:00

내 아내도 사랑하지 않으면‥‥

광교산 주인은 누구일까?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다. 광교산이 국유림이면 나랏산이니 당연히 주인은 국가다.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수원시나 용인시 관할이다. 지자체가 주인인 것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다. 광교산이 소재한 수원시민이나 용인시민이 주인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 연휴 아내와 함께 광교산을 찾았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광교산에 자생하고 있는 족도리풀 안부 묻기와 광교산 철쭉을 카메라에 담는 것. 광교산의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최소한 족도리풀은 알고 있다. 귀한 야생화인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은 이것을 캐내어 집으로 가져간다. 그래서 그런지 이 풀의 개체수가 안타깝게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족도리풀을 처음 발견한 때는 2007년이다. 그러니까 벌서 9년째 해마다 봄이 되면 광교산을 찾아 족도리풀의 안부를 묻고 있다. 개체수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지, 누가 함부로 밟거나 캐어가지 않는지, 고구마순 같은 줄기 아래 낙엽 속에 숨은 자줏빛에 신부의 족도리 모양처럼 생긴 꽃은 얼마나 선명한지가 궁금한 것이다.




족도리풀꽃은 누구에게나 함부로 꽃을 보여주지 않는다. 필자도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우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낙엽을 조심스레 헤쳤다. 두 줄기 아래 숨어 있는 꽃을 보았다. 줄기가 6개면 꽃이 3개였다.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렸다. 그래야 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사진 기록은 해마다 간직하고 있다.

이번 광교산행. 안부를 물어야 할 대상이 여럿이다. 광교산 버스 종점에서 창성사를 지나 가면 길가 웅덩이에 개구리알과 도룡뇽알 무더기. 시기가 지나서인지 올챙이가 떼지어 헤엄치고 있는데 도룡뇽은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 양옆에 노랗게 핀 애기똥풀꽃은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 준다.




이 뿐이 아니다. 깊은 산 속에나 있음 직한 으름덩굴이 보랏빛 꽃을 늘어뜨리고 향내를 풍긴다. 이 으름은 숫꽃과 암꽃이 다르다는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구별 방법은 과제로 가져간다. 광교산의 텃새도 있다. 이번 산행에서 어치 세 쌍을 보았다. 딱따구리는 직접 보지 못하였으나 나무를 뚫는 ‘따다다닥’ 소리를 들었다.

광교산 탐방 소식은 한교닷컴에도 기사로 소개되곤 하였는데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에 광교산의 사계 풍경을 담아 3만여 카페 회원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카페 댓글을 보면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는 글이 많다. 특히 초봄의 신록은 그 시원스러움이 한 번 쯤 꼭 찾고 싶은 산임을 알려준다.


지난 연휴에 올린 광교산 사진에 달린 댓글 하나를 소개한다. “생각과 감성은 쉽게 잊혀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상을 차분하게 사진과 글로 남기며 기록해 나가는 교육사랑님의 삶에서 경건하고 엄숙한 삶을 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지만물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 것이다. 내 아내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사람 것일 수 있다.’고."

흔히들 부부 사이에서 배우자를 자기 사람으로 안다. 정말 내 아내가 내 사람일까? 아니라는 것이다. 아내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아내는 바로 그 사람 것이라는 논리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을 부모인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자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수원의 명산 광교산도 마찬가지다. 광교산의 주인은 국가도 지자체도 그 지자체가 속한 시민이 아니다. 광교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광교산의 주인인 것이다. 비바람에 쓰러져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에 Y자 받침대를 받쳐 준 사람, 등산로 가장자리 참나무 새싹이 밟히지 않게 주위를 돌로 감싸 준 그 누군가가 바로 광교산의 주인 아닐까?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주인은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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