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올해 고추농사 아쉽게도 접다

2015.07.14 09:07:00

태풍 ‘찬홈’이 우리나라에 오는 바로 어제, 도시농부인 필자는 올해 고추 농사를 마무리 지기로 했다. 말이 도시농부이지 농토에다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초보농사꾼이다. 아쉽지만 고추 줄기를 거두고 말았다.

베란다 텃밭, 몇 년 가꾸었으면 농사에 대한 노하우도 있을만 한데 그게 아니다. 올해 고추농사는 대체로 실패로 끝난 것이다. 식사 때마다 애고추를 몇 개 먹은 것이 고작이다. 가을철에 붉은색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야 하는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줄기를 거두고 만 것이다.

농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진딧물이다. 진딧물 번식력이 얼마나 빠른지 아침 저녁으로 잡아주어도 계속 번져 나간다. 담배꽁초진액이나 비눗물 방제도 하여 보았으나 그 때 뿐이다. 진딧물을 죽이지 않고 동반자 마음을 가졌지만 진딧물에게 지고 말았다.


그 대신 방울 토마토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 모종이 자라 열매 열리는 것을 보니 대개 6개에서 12곳에 맺힌다. 아침과 저녁에 황금토마토 맛을 보면서 비타민을 섭취한다. 토마토 농사가 성공한 이유는 커다란 화분 덕분이 아닌가 추측한다. 식물의 자람에 있어 토양이 중요한 것이다.

올해 고추 농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세워보는 것이다. 어찌보면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또 다른 성공의 원인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실패를 거듭해서는 아니 된다. 올해 농사가 내년 농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올해 고추농사의 교훈을 생각해 본다. 첫째, 토양의 중요성이다. 작은 화분에 작년에 썼던 흙을 다시 사용하니 토양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계분을 주기는 하였지만 영양소 부족이다. 이왕이면 화분도 지금 것보다 두 배 정도의 크기를 사용해야 한다.


둘째, 농약 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농약하면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생각한다. 해충을 죽이지만 인체에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친환경 농약이 많다. 벌레만 죽이고 인체에 해는 없다는 것이다. 농사 지으려면 친환경 농약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농사일은 정말 힘든 것이다. 화분 10여개 물주고 관리하는데 힘이 벅차다.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금방 허리가 아프다. 농사일이 즐거움도 주지만 진딧물과의 싸움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고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힘든 줄 모를 터인데 가끔 식탁에 비타민 공급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작년엔 붉은색 고추가 30여개 매달려 농사꾼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추측컨대 작년 고추 모종과 올해 고추모종이 품종이 달랐나보다. 아삭이 고추는 보통고추보다 가격은 3배 정도가 되는데 진딧물에는 취약하다. 진딧물의 극성에 새순이 자라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올해 고추농사 실패를 교훈 삼아 내년에도 또 농사를 지으려 한다. 토양은 재활용해서는 안 된다. 흙이 생명의 원천인데 재활용 흙은 고추농사에 부적합하다. 밭흙을 구해 활용하려 한다. 화분도 커다란 것을 준비하려 한다. 가능하면 뿌리가 활동할 공간을 넓혀주어야 성장에 지장이 없다. 농사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우리네 인생살이 실패에서 얻는 것이 더 많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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