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지 못한 뱀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어

2015.07.26 20:18:00

어린 시절 수풀 속을 거닐다 가끔 희고 기다란 줄이 나무나 바위틈에 걸려 있어 깜짝 놀란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뱀이 허물을 벗어 놓은 껍질을 보았기 때문이다. 뱀은 1년마다 한번 씩 허물을 벗는다. 왜냐하면 뱀은 피부 밑의 세포가 계속 자라기 때문에 묵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피부로 갈아입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허물을 벗기 전 뱀의 피부에서는 모든 광택이 사라진다. 그런 다음 약 14일 정도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탈피를 시작한다. 허물을 벗을 때는 주로 억센 풀이나 바위를 이용하는데 그 이유는 억센 풀이나 바위에 머리 부분을 비벼야 껍질이 한꺼번에 훌러덩 벗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하지만 허물을 벗지 못하면 뱀의 피부는 각질화가 진행되어 결국은 죽기 때문에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반드시 허물을 벗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묵은 지식에 갇혀 안주하다가는 결국 허물을 벗지 못한 뱀처럼 죽고 말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요즘의 입시제도이다. 요즘의 입시제도는 일선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고3 담임처럼 입시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정시모집이 점차 줄어들고 학생부종합전형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1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입시준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1학년 1학기 때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모든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진로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 봉사활동부터 시작해서 자율 활동, 동아리활동, 독서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생활의 초점을 사회복지사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 또한 학생의 진로를 정확히 파악하여 각종 생활기록부란에 진로에 맞는 기록을 1학년 때부터 꼼꼼하게 기록해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1, 2학년 담임 선생님이나 교과 담임은 자신들은 입시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입시는 전적으로 고3 담임 선생님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입시에 대해 오불관언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이다. 막상 고3 담임이 입시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생부종합전형이 1, 2학년 때 마감되기 때문에 고3이 되어 단기간에 생활기록부를 손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1, 2학년 시절에 생기부가 잘못 기록되면 고3 담임으로서도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요즘의 입시경향은 담임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3위 일체가 되어 오직 입시라는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긴밀한 협력을 해야만 합격이 가능하다. 학생은 수시로 학교생활기록부가 제대로 기록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담임은 학생들이 목표한 진로에 대해 정확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학부모는 매스컴을 통해 다양한 입시정보를 수집하여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한다. 그래야만 자기 자녀의 입시를 도울 수가 있다. 전국 140여개 대학의 입시전형방법은 현재 약 2천개가 넘는다. 아무리 고3 담임교사라 해도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또한 입학하자마자 준비를 해야 한다. 고3이 되어 쓰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

우리 교사들에게도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뱀이 허물을 벗고 한 뼘씩 성장하듯, 독수리가 자기 스스로 발톱과 깃털을 뽑고 새 생명을 연장하듯 우리 교사들도 수능이라는 문제풀이식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저 뱀과 독수리처럼 스스로 안주의 벽을 깨고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동수 교사/수필가/여행작가/시민기자/EBS Q&A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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