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었다. 9월 하면 고등학교에서는 바쁜 철이다. 고3 학생들의 2016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수시모집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본다.
수시모집은 분명 좋은 점이 많다.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두 대학에만 지원할 수밖에 없다면 선택의 폭이 좁아 억울한 수험생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한 학생에게 4년제 일반대학에 최대 6회까지 지원을 할 수 있으니 수험생을 배려한 대입방법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 대학을 지원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점이다. 대학마다 수시모집요강을 살펴보면 자기의 최대 장점을 살릴 대학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에 강한 학생은 논술에 중점을 두는 대학을 선택할 것이고,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있는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중점을 두는 대학을 선택할 것이며, 학교장 추천서로 대학을 가고 싶은 학생은 학교장 추천서에 중점을 두는 대학을 지원할 것이다.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많다. 부작용도 심각하다. 2016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이 2015. 9.9-9.15이다. 이 기간에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부르짖고 있지만 이 기간에는 아니 지금부터는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각 대학의 요강을 살펴보아야 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하고 자기의 장단점을 살펴야 하고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고 논술 준비를 해야 한다. 상상해 보라 수업이 제대로 되겠는지? 고3 학생들의 수업은 거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문계 교감 4년을 거치면서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고3 학생들의 2학기는 교육과정의 정상운영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를 방치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수시모집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과감한 교육과정의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수시모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필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 대학을 지원하려면 전형료가 생각보다 많이 든다. 한 대학교의 2016학년도 수시요강을 보면 전형유형별 전형료가 65,000원에서 110,000원이다. 6회를 지원하면 전형료만 해도 적게는 약 4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이 들게 된다.
지방에 있는 학생이 전형기간에 맞춰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 적어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몇 십만원씩 경비가 든다. 학부모님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수시모집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인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교육은 바로 설 수가 없다. 입시지원을 위한 경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입시제도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각 대학의 수집모집 요강이 너무 다양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몇 개의 모델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4개 정도의 수시모집 요강으로 정리 되어 각 대학이 한 요강을 선택하면 학부모님들의 혼선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원회수도 너무 많다. 3회 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정시도 있고 하니 사실 기회는 6회 정도는 된다.
옛날의 입시제도를 보라. 지금처럼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아도 신중을 기해 자기가 희망하는 대학을 찾아 지원했다. 큰 문제가 없었다. 예비고사를 거쳐 합격한 학생만이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학을 가겠다고 하니 대학의 수는 많아지고 대학의 질은 낮아지고 고급 실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전체적인 대학입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수시모집 이대로는 안 된다. 고3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