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수학사랑교과연구회

2011.08.01 09:00:00

‘사다리 타기’에 함수의 원리가 적용돼 있다?
여러 명의 동료나 친구들이 돈을 모아 간식을 살 때 종종 이용하게 되는 사다리 타기 게임. 사다리 윗부분에서 하나를 선택해 선을 따라 내려가면 본인이 지불해야 할 하나의 값이 나오게 된다. 이 게임에는 하나의 값을 대입하면 하나의 값만 나오는 함수의 기본 원리가 적용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수학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대부분 공식 외우기와 문제풀이에만 집중돼 있다. 그러다보니 고학년이 될수록 수학은 무조건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학문으로 여겨지곤 한다. 물론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수학의 원리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는 그것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수학에 대한 흥미 갖도록 교사부터 변하자

실제로 2007년 국제 수학 · 과학연구(TIMMS) 결과 한국 학생의 학습 성취도는 세계 2위지만 수학의 즐거움을 높게 인식하는 학생은 국제평균 54%보다 현저히 낮은 33%였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학교 현장의 수학 교사들은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를 입시 중심의 우리 교육 여건의 탓으로만 돌리기보다 교사들부터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자는 뜻을 갖고 모인 교과연구회가 있다. 대전지역 수학교사들로 구성된 대전수학사랑교과연구회(회장 한희동 대전동산중 교사)가 그것이다.
이들은 선행학습을 통해 문제풀기에 익숙해진 학생들,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로 채워진 지루한 수학 수업에 수학적 교구를 활용한 체험 수학을 적용해 흥미를 높여가기로 했다.
최임순 대전대문중 교사는 “2002년 대전에서 전국수학사랑 페스티벌이 열려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며 “이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수학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몇몇 수학교사들이 모여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의견이 맞는 네 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시작된 모임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현재 30명의 회원이 모였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 연구 과제를 공모, 4년 연속 선정돼 지원도 받고 있다.

올해 단독으로 학생, 학부모 참여 체험전 열어

대전수학사랑교과연구회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수학 실험과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활동의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대전수학체험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체험학습을 통해 수학이 지닌 매력을 알고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자는 뜻에서 3년 전부터 시행해 온 행사다. 2009년에는 우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대전영재 페스티벌이 열릴 때 부스를 빌려 체험전을 했다. 올해는 단독으로 처음 학부모와 학생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체험전을 크게 열게 돼 이들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체험전에는 34개 부스를 열어 갈릴레오 캠퍼스를 이용한 무리수 측정과 빵으로 뫼비우스의 띠 만들기, 대수막대를 이용해 다항식의 곱셈과 인수분해 하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한 회장은 “아직 서울이나 제주지역에서 열리는 수학체험전에 비해 규모도 작고 미흡하지만 대전 지역에서 체험 수학의 싹을 틔우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에게 체험전 경험을 통해 단 하루라도 기계적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이런 수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교과서에 나와 있는 증명 방식이라도 칠판에 쓰인 것으로만 배우기보다는 직접 모형으로 만들어보면 이해가 훨씬 빨라 학업성취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수학교육 위한 학습자료 개발

한 회장은 도형을 이용해 인수분해나 무한등비급수 등의 문제를 직접 풀 수 있다는 것도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수학에는 하나의 공식만 있지 않고 다양한 문제풀이 방식이 있어 창의성을 발휘해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전수학사랑교과연구회가 추구하는 수학공부법이다. 연구회는 매달 첫째 · 셋째 목요일에 모여 국내 · 외 저널에 나온 프로그램을 알리고 아이디어를 보강하며, 창의적인 수학 체험활동 개발과 교수법 연구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연구회는 매년 집중 연구 주제를 정해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수학의 잘못된 개념에 대한 교수 자료를 만들고 독서를 통한 수학교육, 창의력 수학, 부진아 학생을 위한 지도를 주제로 연구, 학습자료를 개발해 보급했다. 올해는 수업분석을 통한 교수법 향상을 중심으로 연구하게 된다.
이같은 활동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 6월에는 대전의 목원대학교에 모임공간을 마련했다. 비록 낮에는 대학생들이 이용하지만 오후에는 연구회 교사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나름 현판식도 거행했다.
한 회장은 “저희 교과연구회만의 공간이 생긴 만큼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수학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시나 교육청의 지원을 통해 수학체험전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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