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이상형은? 바로 나!

2013.10.01 09:00:00

지난 5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 진행한 ‘선생님, 학생, 학부모 자랑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연재합니다. 이번 호에는 선생님 자랑 코너인 ‘선생님부문 작품’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한규재 전주 동중학교 학생의 글을 소개합니다.

저는 전교생이 200명이 조금 넘는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전주시내에 있는 학교지만 아파트 단지가 아니고 주택가라 그런지 조금은 시골느낌이 나는 학교입니다.
학년마다 반은 2개 반! 한 반에 대략 26명 정도 되는 아담한 학교였습니다. 누구 집은 마당이 있고 누구 집은 아빠가 서울에서 근무해 주말부부이고 또 누구 집은 강아지 4마리를 낳았다는 이야기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도 별로 없어 보여 늘 자신만만한 생활을 했습니다.
여름 방학에는 필리핀에 가서 잠깐 영어 공부를 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와~~~~~~’하고 감탄사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즐겁고 자신만만하게 초등학교를 다니다 드디어 올해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두 살 위인 형이 다니는 학교라서 소문은 종종 듣고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던 학교!
드디어 중학교 예비 소집이 있던 날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1학년 신입생만 350명! 전교생이 200명이 조금 넘는 학교에 다니던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시 반 배치를 하는데 한 반에 38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꽉 들어찼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6학년이 전부 54명 정도였는데……. 그렇게 약간의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으로 학교와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드디어 입학식이 끝나고 반 배정이 되었습니다.
1학년 6반 39번! 초등학교 때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번호 39번!
담임선생님 성함은 조미애! 담당 과목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 반을 쭉 돌아보니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모습이 달라 보였습니다. 키도 크고 성격도 쾌활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들. 내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작은 학교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날부터 자신감 상실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발표하기는커녕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는 딱 한 명!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같은 학교, 큰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라 서로 다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말 한마디 못하고 집으로 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 손도 번쩍번쩍 들고 발표를 잘했습니다. 영어 시간에는 영어권나라에서 살다온 친구들이 많아서 발표하기가 더 창피했습니다. 발음도 좋고 아는 단어도 많은 친구들이 그 나라의 문화를 영어로 발표하는데 기가 팍팍 죽었습니다.
‘내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했는데……, 필리핀에 영어 공부하러 간다고 했을 때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내가 제일 못났네.’
어떤 친구는 제게 대놓고 말했습니다. 공부도 못하게 생겼고 멍청하게 생겼답니다. 하루 종일 말도 안하고 수업 시간에 한마디도 못하고 우두커니 있는 모습이 멍청해 보였나 봅니다.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딱히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말도 걸어주지 않고 여자애들이 쉬는 시간에 내 자리에 앉아서 비켜주지도 않았습니다. 친구 사귀는 것도 힘들고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정호는 맨 앞줄에 있고 저는 맨 뒤에 있어서 쉬는 시간이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엄마에게 옆에 있는 작은 중학교로 전학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큰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 관계도 넓히고 공부도 열심히 해봐. 그동안 작은 학교에 다니면서 네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지? 큰 학교에서 경쟁도 해봐”
엄마는 제 마음을 절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경쟁을 하라니…….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즐거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날도 아무 말 없이 교실 맨 뒤쪽에 우두커니 앉아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 수업인 수학 시간! 아이들이 “선생님은 어떤 사람이 이상형이냐?”고 질문했습니다.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반에 있단다.”
“네? 누구요?”
“응, 그게 누구냐면 바로 저 뒤에 있는 한규재야.”
“에이~ 선생님 쟤 별로에요. 선생님이 한규재를 잘 몰라서 그래요. 실체를 알면 실망하실 걸요?”
친구들은 장난 반 비웃음 반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야. 정말이야! 선생님은 규재처럼 듬직하고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좋아. 생김새도 딱 선생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란다.”
저는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선생님이랑 말도 별로 안 해보고 존재감도 없는 학생인데 선생님은 내가 이상형이라니.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반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어 시간에 친구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얼굴만 알고 이름도 잘 모르는 우리 반 친구가 저에게 오더니 “난 00이라고 해. 규재야 난 너랑 사귀고 싶어. 너를 알고 싶은데 전화번호랑 네가 좋아하는 것 좀 알려 줄래? 숙제로 너 써도 되지?”
“응…… 응…… 그래”
옆에 있던 친구가 소리쳤습니다.
“야~내가 할 건데, 너 다른 애 하면 안 돼? 나도 한규재 쓸 거란 말이야”
‘어? 얘들이 왜 그럴까? 나에게 왜 이러지?’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기뻤습니다. 말도 없이 가만히 있던 나에게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와서 말도 걸어주고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린다며 김구 선생님 닮았다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야~ 난 한구 선생이야.”
이 한 마디에 아이들이 ‘빵~’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고 저는 그동안 숨겨둔 끼를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끼라는 것도 별것 아닙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웃긴 말 툭툭 던지기였습니다.
친구들은 그런 모습이 귀엽다고 볼도 쿡쿡 찔러보고 친구하자고 하는 아이들도 생겼습니다.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학교생활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한 번은 친구들이 물장난을 했습니다. 입에 물을 물고 뿜어서 교실이 난장판이 되고 옷이 젖고 난리가 났습니다. 종례시간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화가 나셨습니다.
“물장난 친 사람 모두 앞으로 나와!”
물장난을 하던 친구들이 앞으로 나갔고 저는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물장난을 하지는 않았지만 근처에서 구경하고 웃고 있었기 때문에 나가야 할지 고민하다 교실 앞으로 나갔습니다. 선생님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셨고 얼굴이 빨개지셨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뒤에 우두커니 서 있던 저를 보시더니 선생님 표정이 바뀌셨습니다. 눈이 동그랗게 변하고 얼굴에 온통 물음표가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어? 규재야? 너도 그랬어? 왜~~~ 아이고! 우리 규재가?”
마치 할머니가 귀여운 손주가 잘못했을 때 야단치는 게 아니라 ‘우쭈쭈’ 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랑은 목소리가 달랐습니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선생님은 나를 착한 학생으로 보고 계시는구나. 바보처럼 가만히 있는 나를 믿어주시고 기대를 하고 계시는구나!’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고 남아서 벌을 받았지만 마음은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이 내가 이상형이라고 한 것을 잊지 말고 학교생활 열심히 해야겠구나. 행동도 조심하고 되도록이면 규칙을 어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멍청해 보인다고 놀렸습니다. 멍청해 보이니 당연히 공부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학교에서 받은 성적을 말하기도 싫었습니다. 대부분 친구들은 반 배치 고사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습니다. 수학 100점 맞은 친구도 많고 전 과목에서 2~3개 틀린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선생님의 관심 덕분에 학교생활이 조금 편해지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항상 무겁고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성적이 나왔습니다. 친구들끼리 성적을 말하는데 제 성적을 물어봐서 대답을 해주었더니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야 웃기고 있네. 네가 무슨 그 성적이냐? 너 사실이면 내가 맛있는 것 사줄게. 거짓말이면 네가 맛있는 것 사.”
당당하게 말하는 친구가 미워서 선생님을 찾아 교무실로 갔습니다. 성적을 확인시켜 주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교무실까지 가는 행동을 보고 친구는 조금 믿어주는 눈치였지만 여전히 속상했습니다.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화를 내셨습니다.
“야! 학교에서 얼마나 멍청하게 행동하면 그러냐? 엄마가 봐도 멍청해 보여. 속상해 죽겠다.”
엄마보다 내가 더 속상한데 이해해주기는커녕 화만 내시다니.
그런데 다음날 선생님이 활짝 웃으시며 저를 부르셨습니다.
“규재야,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너 멍청하지 않다는 것 알아. 그리고 공부 잘하는 것도 알아. 네가 재미있고 장난꾸러기니까 친구들이 장난치는 거야. 선생님은 규재가 귀엽고 참 좋아. 넌 선생님 이상형이야. 알았지?”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이 놀렸던 것이 다 풀렸습니다. 며칠 후에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 우리 반에 전학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직 이름도 잘 모르는 친구인데 선생님께서는 제 옆자리에 앉히셨습니다.
“규재야! 오늘 새로 온 친구야. 우리 학교를 잘 모르니까 하루 종일 네가 잘 데리고 다녀야 한다. 규재 인간성을 믿고 맡긴다.”
반 친구들은 또 나를 보며 ‘와~대단한 녀석인데 도대체 저 녀석은 뭔데 선생님께 인정받을까?’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씨름 대표와 닭싸움 대표로 나를 뽑아줬습니다. 배가 나오고 뚱뚱해서 뒤뚱거릴 텐데 친구들은 모두 나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닭싸움에서는 뒤로 벌러덩 넘어졌고 씨름에서도 모랫바닥에 꽂혔습니다. 친구들이 놀리면 어쩌나 했는데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야! 한규재. 너는 넘어지는 것도 근사하다. 대단한데? 역시 한규재다. 네가 젤 멋있다.”
하하하! 게임에서 이긴 것도 아닌데 넘어지는 것이 제일 멋지다니!
그런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관심을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관심으로 받아 주는 친구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학교생활은 즐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친구도 사귀게 됐고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어서 징징거리던 내가 일찍 학교에 갑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신 조미애 선생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면 아마 여기 동중학교 1학년 6반에 계실 것입니다.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주시고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용기를 주신 선생님, 조미애 선생님!
중간고사 때 하필이면 수학을 제일 못 봐서 죄송합니다. 이번 기말고사 때 점수를 많이 올린다는 약속은 못 드리고 한 문제만 더 맞히도록 노력할게요. 선생님께서 이상형이라고 하신 말씀이 진짜가 아니라 장난이라 하더라도 저는 선생님의 이상형이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오늘도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를 떠올리며 학교로 출발합니다. 힘들어서 징징대던 학교가 이제는 낄낄거리며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모두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덕분입니다.
전주 동중학교 1학년 6반, 조미애 선생님 감사합니다! 
한규재 전주 동중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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