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팜 콘테스트’로 농작물도 쑥쑥 아이들도 쑥쑥!

2014.06.01 09:00:00

농사체험이 인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농장 ‘간보기’ 식이다. 진정한 ‘체험’을 위한 ‘과정’이 생략돼 있는 탓이다. 인성교육의 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농사체험. 어떤 식의 접근이 효과적일까. 성남시에 위치한 비영리교육법인 ‘에듀팜’의 프로그램을 통해 방법을 모색해본다.





사진 | 한명섭 객원기자


농장 ‘방문’이 아닌, 진짜 ‘체험’

“남이 농사지어 놓은 데 소풍 가서 밥 먹고 온다고 인성교육이 될 리 없죠. 고작 하루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식의 농촌체험은 의미가 없어요.” 에듀팜 백현상 대표는 기존의 체험 프로그램에 회의를 표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단발적인 이벤트성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현재 주말농장들은 대부분 상업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가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하죠. 농사체험이 또 다른 사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입니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이런 문제점에 착안하여 작년에 성남에서 시범사업으로 ‘에듀팜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에듀팜 콘테스트’는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하는 장기 농사 프로젝트다. 3월부터 12월까지 격주 토요일마다 농장을 방문하여 농작물을 심는 일부터 수확까지, 농사 전 과정을 부모와 아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렸다. 10~15명의 가족이 한 팀을 이뤄 한 구획을 맡는다. 개인 혹은 가족 이기주의를 막기 위해 팀으로 구성했다. 연말에는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우수팀과 우수학생을 선정하여 포상한다. ‘벌은 없고 상만 있는’ 긍정적 의미의 경쟁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콘테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농사체험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체험,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위한 인문학 강의가 포함돼 있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농장 접근이 용이해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에듀팜 운영진은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이 가족 중심의 인성교육과 정서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봤다. 이태향 공동대표는 “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학교’폭력이라고 규정짓고 모든 책임을 학교에 물어요. 하지만 폭력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죠. 하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에요. 학생-가정-지역사회가 연계된 인성교육 방법으로 저희는 가족과 함께 하는 농사를 택한 거죠”라고 말했다.

“엄마, 이번 주에는 농장 안 가?”
작년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는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에듀팜 운영진들과 학부모들의 걱정은 일치했다.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앞섰다. “신청서에 덧붙이고 싶은 말을 쓰는 칸이 있었어요. 많은 어머님들이 우리 애가 몇 번 나가다가 안 간다고 할 것이 분명한데, 그래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적으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첫 날 아이들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토요일 아침부터 억지로 끌려나온 거죠. 그런데 이게 웬 걸요. 그 다음 주에는 원래 쉬는 주인데도 아이들이 왜 이번 주는 농장에 안 가냐고 묻더라는 거예요.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 오고 싶어 해요.” 어른들의 걱정은 기우였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서서히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 콘테스트를 쭉 지켜본 이 대표는 “처음에는 애들이 쭈뼛쭈뼛 말도 잘 안했어요. 사회성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달라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다른 가족과 말도 잘 하고, 지난주에 못 나온 가족이 있으면 수확한 상추 같은 걸 나누기도 하고요”라며 뿌듯해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한 학부모는 “농기구나 흙을 만지는 것도 싫어하던 애가 토요일만 기다려서 놀랐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요. 농작물 기르는 것도 재밌지만 인문학 강의를 통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옳은지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좋더라고요”라며 “앞으로 계속해서 아이와 함께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보다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에듀팜. 비상업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도움이 절실하다. “성남에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성남시청에 열 번 이상 방문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법규 때문에 지원이 안 돼서 결국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유지를 빌려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면서도 수익구조를 갖춰야 지원할 수 있다는 거예요. 교육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 대표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개인이나 민간 기업의 기부 통로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에듀팜은 부산, 광주,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성남에서의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농사’라는 아이템에서 시작했지만 인성교육을 위한 전방위적 프로그램으로 범위를 넓혀갈 계획인 에듀팜. 백 대표는 “학생들이 많이 모인다면 물물교환 장터라든지,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전했다.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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